[기고] 일도 구직 활동도 않고 그냥 쉬는 ‘대졸 백수’ 역대 최대, 노동·교육 경각심을

2025-07-23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을 졸업한 후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올해 상반기 월평균 405만 8,000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당시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7월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 8,000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309만 8,000명보다 7만 2,000명 늘어난 것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로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의미한다. 즉,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일을 할 수 있어도 일을 할 뜻이 없어 구직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즉 취업자도 아니면서 통계상 실업자도 아닌 ‘고급인력’이 전체 비경제활동인구(2024년 6월 고용동향 기준) 1,578만 6,000명의 25.7%를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다. 4,405만 8,000명이라는 숫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사정이 더 나빠진 것으로 우리 고용시장의 취약한 단면을 극명히 보여준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상반기 기준으로 2022년 이후 3년째 줄고 있다. 그러나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1년 상반기(404만 8,000명) 처음 400만 명을 넘어선 뒤 이듬해 큰 폭(13만 6,000명↓)으로 줄었지만, 다시 2년째 늘고 있다. 일도 구직 활동도 않고 그냥 쉬는 대졸 백수들이 구직시장을 떠난 사유는 다양하다. 육아·가사·연로·심신장애 등도 있지만,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나 고용 조사에서 ‘그냥 쉰다’라고 답한 ‘쉬었음’도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59만 1,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58만 4,000명보다 7,000명 늘었다.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결국 저학력자에 비교해 고학력자의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가 심하고 그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나 기술이 있는 고학력자는 일자리를 잃어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지 않고 구직시장에 남아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면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우는 구직시장을 떠나기 직전 도소매·사업시설 관리 등 업종에서 주로 일했고 직업군·종사상 지위 기준으로는 사무직·단순 노무직·임시직 비중이 커 이를 방증(傍證)한다. 청년실업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이 통계를 보면 무엇보다 고학력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더욱 명백해진다. 중소기업들 구인난과 농어촌 지역 일손 부족 현상 등과 연계해 보면 ‘일자리 미스매치’도 해묵은 숙제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다락같이 치솟는 최저임금(시급 기준 2024년 9,860원 → 2025년 10,030원), 갈수록 더 벌어지는 정규직·비정규직(2024년 6월 고용동향 기준 임금근로자 2,226만 4,000명 중 상용근로자 1,641만 4,000명, 임시·일용근로자 585만 명 │ 73.7% vs 26.3%) 및 대·중소기업 간 격차,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과 지방 근무 기피 등 고용·노동시장의 여러 모순과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키고 뒤엉켜진 결과로 읽힌다. 노동개혁이 왜 필요하고 교육개혁이 왜 중요한지, 이 통계는 다시 한번 극명하고 준엄하게 확인시키고 있다. 보다 유연한 고용 형태, 생산성에 기반한 합리적 임금체계, 노사 합의에 따른 자율적·생산적 근로시간 운용을 동반하는 고용시장 혁신 없이는 지금보다 노동의 질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철옹성 노조를 기반으로 소가 밟아도 꼼짝도 하지 않는 탄탄히 굳힌 정규직이나 천수를 다 누리고 향유하는 천편일률(千篇通通)적인 법정 정년제도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연공 중심의 호봉제를 탈피하고 직무 중심의 보수체계를 확립하고 임금피크제도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청년세대를 더 많이 수용하는 세대 공존의 고용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일자리 엇박자(Mismatch)’를 줄이고 일하고 싶은 양질의 매력있는 고선호(高選好)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젊은 청년들을 일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관련 산업이 급팽창하는 대변혁의 시대에 우리 교육 현실은 어떠한지 냉철히 반추하면서 교육 당국부터 위기의식을 통렬하게 느껴야 한다. 고학력 청년 백수가 이만큼 많이 늘어난 데는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이행하지 못한 대학도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현 정부가 3대 과제라고 그리도 외쳐댄 교육개혁·노동개혁·연금개혁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실행하려는 의지라도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를 기형적으로 양산해 놓은 채로는 출생률 높이기도 모두 의미 없는 구호로 전락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5월에도 매칭·직업훈련 등 취업 지원 중심의 ‘청년 경제활동 참여 촉진 대책’을 내놨다. 차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양(擧揚) 하려는 특단의 각오를 다지고 다시 한번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팽팽한 긴장감을 견지하며 헐거워진 구두끈을 졸라매고 힘껏 뛰게 해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