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손봐라” 정부 으름장에 금융지주 긴장
금감원, 농협금융 지배구조 정조준
하나금융도 승계절차 구체화 요구
2025-07-23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를 향한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노골화되고 있다. 금융지주들과 은행들은 CEO들이 줄줄이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행여나 당국의 눈밖에 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눈여겨 보고 있다.
우선 농협금융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개선에 나서면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농협금융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 CEO도 이석준 회장과 함께 임기를 마칠 예정이라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해 말 금융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고, 올 상반기 이행계획을 제출받아 점검을 진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은 올 4월부터 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인사교류 등 지배구조 문제를 들여다보는 게 핵심이었다. 특히 올 들어 농협은행에선 3건의 직원 배임 사고 등이 드러났다. 이 역시 농협금융 특유의 지배구조 문제 탓이라는 게 금감원이 지적하는 주요 내용이었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을 정조준한 만큼 금융지주 가운데 선제적으로 CEO 선임 절차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셈법도 복잡하다. 핵심 계열사 수장인 은행장과 그룹 전체를 이끄는 지주 회장의 임기가 연이어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CEO 선임 과정을 구체화 해서 제출할 것을 재촉하고 있어서다.
우선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만료된다. 뒤이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하나금융지주는 그간 CEO 선임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해왔다.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야 CEO 선임절차를 시작했다.
함영주 회장이 취임할 당시에는 김정태 전 회장의 임기 종료를 두달 앞둔 2022년 1월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다른 금융지주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시작해왔던 셈이다. 계열사 CEO 인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상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CEO들의 임기는 연말 종료되는데 CEO 선임 절차를 시작한 것은 11월이었다. 하지만 올래부턴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이전에 CEO 선임 절차를 개시하라고 주문해서다. 따라서 9월 중에는 은행장 선임 절차를, 연내에는 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지금도 대부분의 금융회사 CEO 자격요건에는 우회적으로 법적 리스크에 대한 검증은 하도록 돼 있어 관련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