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폭전담조사관' 제도 유명무실··· 교사들 성토
과중한 교사 업무 부담 완화 차원 취지 무색 민원 감소 효과 글쎄…"수사권 등 권한 강화 필요"
2025-07-23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학교 폭력 문제에 따른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학교 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차를 맞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들은 학생간 학폭이 발생 시 사실상 담임 교사를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학교 폭력 전담조사관 제도(SPO·School police officer)를 전면 도입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2200여명이 활동 중이다. 학폭 전담 조사관제는 그동안 교사들이 맡았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 및 보고서 작성, 위원회 참석 등을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 등 외부 조사관이 담당하는 제도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학폭과 관련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한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잇따르자, 교사의 본분이자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교육 당국이 내놓은 대안이다. 그러나 정작 교육 현장에선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7일부터 21일까지 교사 3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폭 전담제 도입 후 민원이 줄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반면 응답자의 62.4%는 '제도 도입 후 학폭 조사 처리 기간이 오히려 더 길어졌다'고 답했다. 학폭 전담 조사관에 부여되는 공식적인 수사권이 없고 오히려 교사 동행 등 참고인 조사 과정이 더 길어져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일선 교사와 전문가들은 학폭 전담관의 역할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만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중랑구 A 고등학교 교사는 "학폭 문제가 불거지면 가해·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조사 전담관이 배정되더라도 일단 담임 교사가 전반적인 과정에 동석하길 원하고, 해당 교사 입장에서도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외부 학폭 조사관은 관련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하거나 평소 행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폭 전담제 등 교권 보호에 관한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청 등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일례로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 제도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전담 교사와 분리 공간을 지정해야 하지만 현재 학생을 분리해도 맡을 교사와 공간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가 경찰 조사 등을 받게 될 경우에도 변호사나 상담사 등 전담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