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임시 부지 둘러싼 갈등 암초

신세계, 인근 구의공원 활용 임시 터미널 추진 주민단체 "주민 쉼터, 사기업 희생양 돼선 안돼"

2025-07-23     권한일 기자
동서울터미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이 임시 터미널 설치를 둘러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광진구청 등은 1987년 문을 연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와 관련해, 내년 착공 후 지하 3층, 지상 40층 규모 시설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총 112개 노선에 걸쳐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의 고속·시외버스가 운행 중인 이 곳은 공사 기간 동안 기존 버스 노선 유지를 위한 임시 터미널 부지 확보가 불가피하다.  해당 사업 주체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중 지하 3개 층을 터미널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세계 측은 인근 구의공원부지를 활용해 지하 3층 터미널을 건설 후 임시로 사용할 방침을 밝혔다. 우선 구의공원 부지에 공사비 20억원을 투입해 공원을 재정비하고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활용하되 지하에는 공사비 551억 원을 들여 지하 3층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해 임시터미널로 활용한 뒤 터미널 현대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민 편의시설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초 신세계 측이 주민대표단에 '동서울터미널 부지 내에서 임시터미널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뒤, 멀쩡한 구의공원을 파괴하려는 것은 공사기간과 비용을 줄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근 세양아파트 등 주민들은 "서울시와 광진구가 '동서울터미널현대화'를 앞세워 민간 기업과 손잡고 구유지이자 구의동 일대의 허파와 같은 생명공원을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며 구의공원 파괴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주민단체는 "자연공원파괴에 관해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과정조차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며 서울시와 관할 광진구청, 사업자인 신세계 측에 구의공원을 활용한 임시터미널 백지화를 요구했다. 세양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2일 '김경호 광진구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주민들의 쉼터이자 어린이들의 놀이터인 구의공원이 유통 공룡기업의 이익추구의 희생양이 돼선 안된다"며 "공원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달라"고 강조했다. 한 지역 주민은 "신세계가 구의공원의 지하주차장에서 동서울터미널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은 구의공원 지하주차장 사유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자연공원 파괴 행위를 당장 멈추고 주민을 위한 진정한 공공기부채납은 현재 극심한 소음피해를 유발하고 있는 2호선 지상철 건대역~강변역 구간에 돔을 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주민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문제를 풀어가겠다"면서도 "다만 종합적인 최종결정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의공원은 지난 2013년 말 조성된 주민친화형 공원으로, 태양광 힐링쉼터·스마트쉼터·물놀이장·황톳길 등이 들어서 있으며, 하루 평균 3000여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최대 주주인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PFV)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동서울PFV 전체 지분 중 80%를 소유하고 있다. 이외 HJ중공업과 KDB산업은행, 이마트 등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