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금공⑤] 표류하는 HF… 사장직 공백 5개월 넘어

최근 전세사기·부동산PF 지원으로 정치권·관료 등 HF 사장 기피 재산공개·국정감사 등 역시 사장 자리 피하는 원인으로 작용

2025-07-24     김수현 기자
최준우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사장의 임기가 종료 된지 5개월 지났지만 아직까지 후임 사장 내정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인사 혹은 금융 관료 중 누군가가 최 사장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및 부동산PF 관련 현안이 산적한 HF 사장자리를 기피한다는 분석 역시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월 4일 취임한 최 사장의 임기는 지난 2월 4일 만료됐다. 하지만 아직 후임 사장이 결정되지 않아 임기가 끝난 후에도 5개월 넘게 사장직에 머무르고 있다. 관계 법령에 의하면 HF는 임원 임기 만료 2개월 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후보자를 공개 모집해야 한다. 임추위는 지난해 12월 꾸렸지만, 선임 절차는 계속 연기되고 있다. 또 차기 사장 후보군을 검증해야하는 대통령실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 사장은 '주택금융 20년 성과와 향후 과제' 콘퍼런스 행사 도중 "다음 인선은 제 몫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연임 가능하지만, 위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발언했다. 현재까지 HF 사장이 연임을 한 사례는 없다. 이에 더해 최 사장이 연임 의사를 그리 강하게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그가 연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4.10 총선 이후 HF를 포함한 주요 공기업과 기관의 수장 인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공기업에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지 석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도 HF 사장 인선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 상태다. 아울러 HF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금융 관료 출신이 주로 맡아 왔는데 이들 관료 출신 중 차기 사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F는 ‘관피아’ 혹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지난 2017년과 2021년 사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은 역사가 있다. 특히 최 사장의 전임이었던 이정환 사장 역시 임기 종료 후에도 차기 사장을 결정되지 않으면서 약 두 달의 임기를 초과했다. 최 사장 역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거친 경력 때문에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정치권은 물론 금융 관료들들 역시 HF 사장 자리를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HF가 전세사기와 부동산PF 관련 문제 등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독이 든 성배’ 취급을 받는다는 풍문도 있다. HF는 지난해 6월에는 LTV 최대 100%, 금리 0.4%p 낮춘 ‘전세사기피해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하고, 11월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 보증 및 대출비율을 확대하고 대출상환방식을 다양화하는 ‘특례 PF펀드형’ 상품을 출시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PF 정상사업장에 대한 자금공급을 위해 대출한도와 자금지원시기를 늘리고 건축공사비를 지원하는 등의 ‘건축공사비 플러스 PF보증’ 상품을 출시하며 전세사기와 부동산PF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정치인이나 고위관료들의 경우 재산 공개를 부담스러워해 공사 사장으로 임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 사장은 취임 초기인 2021년 5월 신고 재산은 17억5541만원이었다. 지난 3월 신고액은 23억4021만원으로 약 3년 사이에 재산이 1/3가량 늘어난 것이다. 고위 공직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기에 정상적으로 재산이 늘어나도, 관련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22대 국회 구성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몇 달 남지 않은 국정감사에서 강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HF 수장 임명을 피하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HF가 시행한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상승 주범이라고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에 대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활용돼 결국 가계대출 확대에 주범이 됐다"고 최 사장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HF 관계자는 “일단 임추위 구성은 완료됐다”며 “HF의 경우 전반적으로 재무상태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관련 지원과 보증이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아니고, 또 그 정도의 크기 역시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