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청정기 영토 확장…공청기 시장 정조준

설비 이미지 넘어 가전 시장으로 수요 탈취 속도 대형 제품 수요 감소 우려와 기회 인식까지 공존

2025-07-25     신승엽 기자
환기청정기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환기청정기가 시장 입지를 넓히면서, 공기청정기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환기청정기는 환기와 실내 공기청정 기능을 동시에 제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아파트 등 주거지에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정책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환기청정기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소형 공기청정기의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기청정기는 과거 환기시스템으로 알려졌다. 가전보다 설비의 영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준공 전 가정마다 1대씩 기본으로 설치되는 형태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입주 후 따로 설치하는 사례는 적었다. 소비자의 시선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느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장 확대가 이뤄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환기 관련 시장규모는 작년 기준 30만대,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전년(20만대‧1500억원)보다 대수로는 10만대 이상, 액수로는 2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6년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환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020년에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범위를 넓혔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민간 노인요양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영화관 등의 다중이용시설도 환기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됐다. 최근에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부문으로의 진출도 이뤄지고 있다. 렌털 방식을 채택해 소비자의 초기구매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환기청정기 렌털사업을 전개하는 경동나비은 상반기 기준 작년 대비 올해 판매량이 20%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환기청정기의 영향력 확대는 공기청정기 시장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환기청정기는 필터가 장착돼 실내 공기를 청정하는 기능을 보유했다. 통상 거실 및 부엌에 설치되는 만큼, 주거공간 중 가장 넓은 곳의 공기를 청정한다. 공기청정기에 주로 탑재되는 헤파등급 필터가 적용됐기 때문에, 기존 공기청정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 제품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공기청정기는 청정면적별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 맞춤형 전략을 요구했다”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대형 제품을 출시했지만, 환기청정기가 대형 공기청정기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별도의 추가적인 기능 없이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기청정기의 등장은 공기청정기 시장에 악재로 볼 수 있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 2019년 고점을 기록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약 7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별다른 호재 없이 대형 공기청정기 수요를 빼앗기면, 시장 규모가 더욱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기회로 보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거실과 부엌 등에서 공기청정기의 입지가 줄어도, 방안 곳곳을 청정하려는 수요는 존재할 것”이라며 “오히려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형 공기청정기 1개 제품보다 2개의 소형 제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각 업체에게는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