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경 칼럼] 공정과 경쟁력의 합의점, 자공고 2.0

2025-07-25     매일일보
박성경
교육부는 지난 2월 1차 공모에서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 2.0(자공고 2.0) 40곳을 선발하였고, 이달 22일에 추가로 45곳을 지정했다. 또한 '조건부 지정'을 받아 오는 11월 추가 심사를 거치는 학교도 17곳이 있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자공고는 85~102곳이 될 예정이고, 내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자공고 2.0은 자사고·특목고 수준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이를 위해 개방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외부 교장을 초빙할 수 있고, 특화 교육을 위한 교원의 추가 배정이나 산학겸임교사를 임용할 수도 있다. 또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대학·기업·법인 등이 학교를 함께 운영할 수 있으며, 기존의 학교 운영비 외 추가적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변화가 2010년대 말부터 유지해 온 교육 정책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2019년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강화하여 고교학점제와 미래 교육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방안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폐기되었으나, 전국적인 일반고의 교육역량 강화와 이를 위한 고교학점제 시행은 2010년대 말 교육부의 최근 중점 과제였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28 대입 개편안을 통해서 '내신 5등급제'와 '통합형 수능'을 확정했다. 내신과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생활기록부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의 격차가, 수도권 일반고와 지방 일반고의 격차가 더 심화한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격차의 확대를 인지했을 것임에도, AI의 등장 이후 국제적으로 교육의 요구가 '암기력'에서 '창의·사고·문제해결력'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국가 단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을 일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의 원안처럼 모든 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격차가 생기지 않는다는 반문도 있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창의·사고·문제해결력은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과 학습 집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영향력이 크기에, 암기의 중요도가 높았던 과거보다 학교 수준이 개인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다. 이에 변화한 교육과정에서는 수월성 교육을 하는 고등학교가 유지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교육부는 자사·특목고를 없애지 못하며,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의 해결책으로 자공고 2.0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자사고·특목고 대열에 자공고를 포함하여 수월성 교육 기관의 숫자를 확대하여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지방에 적극적으로 설치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이번 자공고 2.0의 확대 결정으로 인해 다시금 전국적인 고등학교 서열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물론 서열화는 이전보다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자공고를 중심으로 지방에서도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형성돼 교육의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공고를 중심으로 지역에 최적화된 뛰어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공동교육과정 등의 방안을 활용하여 지역에 확산한다면 지방 일반고의 역량 강화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 교육의 공정을 외치던 2010년대 말의 정책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세대 역량 교육을 중심으로 한 2020년대 교육 정책의 합리적 중간 지점으로서의 '자공고 2.0'의 역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