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방송 4법' 강행...與 최소 '4박 5일' 필리버스터 돌입
공영방송 이사회 투명화, 방통위 운영 정상화 등 목표 25일 본회의 '채상병 특검' 부결 직후 방송 4법 상정 與 '거야 입법 폭주' 반발...주호영 부의장에 사회 거부 요청
2025-07-25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25일 국회 본회의에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여야가 극심한 충돌 사태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4법 각각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방송 4법은 29일 처리될 전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방송 4법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마주치지 않는 손뼉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본회의를 개의해 부의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야당 단독의 방송4법 추진을 시사한 것이다. 방송 4법은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 외부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이 중 기존 방송 3법으로 불린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이 진보 진영의 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목적으로 발의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방통위법 개정안이 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5분의 4까지 늘리도록 하면서 다른 위원회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방송 4법 입법을 당론으로 정하고 단독으로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공영방송을 돌려드리기 위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방송 4법 처리를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필리버스터의 종결을 의장에게 요구하고, 24시간이 지났을 경우 재적의원의 5분의 3이 동의하면 강제 종료가 가능하다. 야권은 재석 300석 중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산술적으로 법안 1개당 24시간씩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다. 방송4법 각각의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사용한다면 최소 4일간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25일 상정된 방송 4법은 이르면 29일 모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학영·주호영 부의장과 조를 구성해 번갈아 가면서 본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은 자당 몫의 주호영 부의장에게 본회의 사회의 '보이콧'을 요청한 상황이다. 우 의장이 쉬지 않고 사회를 보게 해서 본회의 진행에 차질을 주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여야를 중재하는 척하더니, 결국 민주당 입법 폭주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며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 그 부당성을 국민께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 출신 우 의장의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주 부의장께서 사회를 거부해 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며 "과거 2019년 12월 이주영 (당시) 국회부의장이 선거법의 단독 상정에 대한 항의 뜻으로 무제한토론 사회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