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현대차, 美 전기차 후퇴 대비…탄력 대응 돌입

트럼프 당선 시 전기차 정책 후퇴 가능성 높아 현대차, HEV 확대 등 탄력적 대응 부각 관측 대관‧로비 활동 확대로 美대선 리스크 최소화

2025-07-25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현대자동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 다변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완성차업계에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전기차 육성 정책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순항 중인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재집권 시 하이브리드에 무게 중심을 배분하며 탄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올 연말 가동에 돌입하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도 생산하는 방향으로 기존 계획을 틀었다. 당초 이 공장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추진됐다. 현대차그룹의 계획 변경은 전기차 수요 둔화, 하이브리 강세 등 시류에 대응함과 동시에 '트럼프 리스크'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안티 전기차'를 외치는 만큼, 대미 전기차 투자 비중이 높은 현대차로선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탄력적 시장 대응"이라며 "미 대선의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시장 변화에 따라 혼류 생산 등 발빠른 대응으로 타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를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확대 전략을 폐기하겠다는 공식 선언으로 읽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신차판매 5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아 신공장의 경우 연간 전기차 30만대를 만들 수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아이오닉5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전기차 생산·판매로 전기차 보조금 수령과 전기차 판매 실적에 따른 유기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올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을 대비해 현지 로비 활동도 강화 중이다. 미국은 로비 활동이 합법인 나라다. 실제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현대차를 포함한 계열사는 올 1분기 대미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52만달러를 사용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둔 1분기보다 147% 늘어난 금액이다. 로비스트도 기존 19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났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자국 중심주의로 인해 수출환경 악화와 정책 변경 리스크가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도 미국 현지 로비팀이 상시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앞서 현대차가 로비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상용차 리스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포함하는 데 성공했듯 이번에도 관련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미 대선과 관련해 대관 인력 확대에도 힘을 쏟아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고위 관료를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거나 인맥을 탄탄히 구축하면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국방성 법제처 차관보로 일한 로버트 후드가 꼽힌다. 그는 현재 미국 워싱턴DC에서 현대차그룹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워싱턴사무소 부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각각 자문역과 전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소속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차원에서도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KAMA는 지난 22일 미국 대선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현지 동향과 업계 의견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