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적자’ 구영배, 먹튀만은 잡아야

무리한 사세 확장 여파…티메파크, 수익성 곤두박질 치고 있어 그룹 전사적 대책 마련 골몰…구 대표, 향후 공식입장 표명 관심

2024-07-25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구영배 큐텐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G마켓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자 1세대 이커머스 아버지로 알려졌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적자를 무시한 몸집 불리기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이번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구 대표가 아직 이렇다한 고육지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향후 대처 능력에 따라 먹튀 공포를 더욱 확산할지, 재기 발판을 마련할지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구영배 큐텐 대표는 1966년생으로 전남 구례 출신이다. 1991년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계 유전개발에서 근무했다. 2000년 인터파크로 자리를 옮겨 이커머스 업계에 본격 투신했다. 인터파크 사내벤처인 구스닥을 자본금 10억원 별도법인으로 탄생시켰지만, 고무적인 결실은 맺지 못했다.

2003년 G마켓으로 사명을 바꾸고 오픈마켓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다. G마켓은 2005년 거래액 1조원 돌파하고 2006년 미국 나스닥 입성도 해냈다. 2007년에는 이커머스업계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3조원을 써내려가며 옥션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2009년 G마켓을 옥션 운영사인 이베이에 5500억원을 받고 팔았다. 구 대표는 당시 G마켓을 이베이에 넘기면서 10년간 계약상 경업(영업상 경쟁) 금지 조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기 불가능해지자 2010년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싱가포르에 설립하고 매출 1위 기업으로 키웠다. 겸업 금지 족쇄를 벗어난 시기인 2019년 큐텐을 비롯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한국 법인을 만들고 국내 사업을 재개시했다.

빠른 사세 확장을 위해 후발주자로서 꺼내든 구 대표의 카드는 기업 인수 전략이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영향력과 가치가 하락한 틈을 노린 것이다. 2022년 9월 티몬을 손에 넣은 뒤 지난해 3월과 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품에 안았다. 올초에도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와 애경그룹의 AK플라자 온라인몰인 ‘AK몰’을 인수했다.

다만 기초체력을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체급 불리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인수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말았다. 특히, 큐텐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4위로 급부상하게 만든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의 면면을 보면, 내실 다지기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몬은 마감 기한인 지난 4월을 넘긴 현재까지 ‘2023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통상적으로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는 데에는 재정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걸로 해석된다. 실제 티몬은 2016년부터 줄곧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티몬의 자본총계는 큐텐에 편입되기 전인 2016년에는 -2016억원, 흡수 후인 2022년에는 -6685억원으로 전년(-4727) 보다 21% 치솟았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1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쪼그라들었다. 반면 영업손실은 1025억원으로 1년사이 약 500억원 불어났다. 도서·쇼핑 부문을 담당하는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해 큐텐에 인수된 3~12월 매출액이 342억원, 영업손실은 157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티몬와 위메프에서 정산 미지급 문제가 터지면서 큐텐의 유동성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진다.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에 입성시키겠다는 큐텐의 꿈도 결국 물거품이 될 공산도 커졌다. 큐텐의 핵심 경쟁력인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전세계 17개국에 28개 지사와 주요 경제거점에 풀필먼트 시설을 바탕으로 글로벌 물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불러온 판매자·소비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속출하자 구 대표는 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황급히 귀국한 뒤 티몬·위메프 대표 등을 연이여 만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계당국와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는 만큼 직접 수습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티몬, 위메프, 큐텐테크놀로지 3사 합병을 추진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큐텐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전체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 역력하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한국에 있고, 그룹사 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며 “고객 환불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경쟁사들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비대면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산업인 만큼, 업계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