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동산시장 우상향 이면에 짙어지는 양극화 그림자

마용성·강남3구·반도체밸트 등 상승장 주도 서울·수도권 외곽·지방선 부동산 경기 냉골 금리 인하·공급 편중···양극화 더해질 가능성

2025-07-25     권한일 기자
아파트가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 5월 중하순 이후 줄곧 상승하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지방 대다수 지역과 서울·수도권 구축·외곽 단지들에선 시세 하락이 여전한 것도 확인된다. 이처럼 지역·단지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대단위 미분양과 건설사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만에 평균 0.06% 올랐다. 이는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5월 넷째 주 이후 9주 연속 오름세를 띄고 있다. 이 외에도 KB부동산, 부동산R114 등 주요 민간 부동산 시세 지표들도 일제히 아파트 가격이 우상향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비롯해 과천·성남·하남·용인·광명 등 강남권과 접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 있는 선호 단지들이 주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 폭을 놓고 보면, 서울에선 성동구가 1.82% 올랐다. 이는 서울 평균치의 3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뒤이어 용산구 1.52%, 마포구 1.43% 등 서울 도심 신규 상급지로 주목받는 지역에서 강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에선 송파구가 1.47% 올랐고, 서초구 1.25%, 강남구 0.80%도 평균 매매가격이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에 도봉구 -0.81%, 강북구 -0.48%, 노원구 -0.45% 등 '노도강' 일대와 구로구 -0.14%, 금천구 -0.07%, 관악구 -0.06% 등 '금관구'에선 집값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집값 거품 논란이 거셌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7000건을 훌쩍 넘겼다. 이날(25일) 기준 전월 거래량은 7209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찍는 등 올들어 서울 전역에 걸쳐서 매매량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지역별 상승·하락 거래 비중은 판이했던 것이다. 특히 경기 외곽과 대다수 지방권은 하락 폭이 더 크다.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경기 안성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누적 -2.73% 떨어졌다. 오산 -0.77%, 평택 -1.97%, 이천 -2.23%, 고양 일산서구 -2.22 등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에선 입주 물량이 적체 중인 세종시가 이날까지 누적 -5.30%나 떨어졌고 미분양이 많은 대구시 집값은 평균 -2.96% 빠졌다. 이외 부산 - 1.92%, 경남 -1.22%, 충남 -1.09% 등 지방 전역에 걸쳐 평균 -1.19%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최근 청약시장에서도 양극화가 확연하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청약 모집공고(한국부동산원 분양정보) 후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한 전국 32개 민간 분양 아파트 중 18곳(56.3%)에서 모집 가구 수보다 접수 인원(타입별)이 미달됐다.  흥행 대박 단지로 알려진 서울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494대 1)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GS건설·현대건설, 164대 1)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대방건설, 229대 1) 등과 수도권 △동탄신도시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대방건설, 627대 1), 지방 거점 △청주 테크노폴리스 아테라(금호건설, 1순위 47대 1) △전주 에코시티 더샵 4차(포스코이앤씨, 191대 1)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분양 침체가 지속된 것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29가구(국토부 5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방에만 79.5%인 5만7368가구가 몰려있다. 또 준공 후 미분양 가구는 1만3230호로 한 달 새 2.0%(262호) 증가했다. 분양 경기 침체는 지역에 기반한 건설사들의 자금난과 줄도산으로 직결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총 20곳(종합 7곳·전문 13곳)이다. 이는 전년 동기 9곳(종합 5곳·전문 4곳)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작년 한해 부도업체 수(21곳)와 가깝다. 문제는 최근 인허가·착공 물량 등을 비춰볼 때 서울·수도권 선호 입지에서의 공급 부족 및 지방·외곽에서의 공급과잉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기준 금리 인하 움직임과 원가 상승에 따른 대세 상승장 우려가 증폭되면서 당분간 매도 호가 조정 및 지역별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급과잉이 지방 미분양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지방 투자자들이 서울로 유입되지만,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고 막을 명분도 없다"면서 "현재로선 지방에서 수요예측을 정확히 해서 공급을 줄이는 게 맞고,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