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준비하는 게임업계… ESG 강화한다 

ESG 경영 여부 중시하는 북미·유럽 시장 공략 ESG 보고서 내 확률형 아이템 내용 추가

2024-07-28     김성지 기자
사진=엔씨소프트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기후 위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를 넘어 ESG 경영을 중시하는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해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이 연이어 지속경영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최근·인도 공략에 성공하며 어닝 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를 달성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장르 다양화·멀티 플랫폼·현지화 등을 통해 국내·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구권은 환경 규제와 ESG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를 명확히 하는 ‘공시기준(ERSR)’을 공표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2026년부터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 공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의 ESG 경영 여부는 기업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ESG가 주요한 경영 지표로 자리 잡혀가고 있는 만큼 서구권으로 진출하려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도 친환경 경영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ESG기준원의 평가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의 ESG 경영은 환경 부분에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게임즈는 A, 엔씨소프트·넷마블·NHN·위메이드가 B+를 받았다. 2022년 대다수의 게임사가 C, D 등급 받은 것을 감안하면 크게 향상됐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최초로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그 후 경영 비전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엔씨소프트 ESG 플레이북’도 매년 발간하고 있다. 게임 내 혐오와 차별을 줄이고 문화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내부 관리 체계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사옥은 대부분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건물로 설계됐다.

펄어비스

자산이 2조원 미만인 펄어비스와 위메이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의무가 없음에도 매년 발간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매년 ESG 보고서 ‘PEARL ABYSS ESG STORY‘ 공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IS14001 인증 획득 계획을 알렸다. 펄어비스의 매출은 50% 이상을 북미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다. 위메이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나이트크로우가 서구권에서 흥행하며 서구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ESG 보고서에서는 최근 논란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15회, 넷마블과 펄어비스는 11차례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사들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게임산업법 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유저들과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단순히 준수해야 할 사항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인”이라며 “게임업계도 벤처기업 시절의 경영 마인드를 벗어나 환경·사회·지배 구조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