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짓누르는 '제3자 특검법'···당대표 첫 시험대

野 '채상병 특검법' 연속 폐기에 '한동훈 안' 대안 부상 韓, 당내 반대-공약 파기 사이 딜레마···속도 조절 전망

2024-07-28     이태훈 기자
국민의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첫 시험대가 이르게 찾아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를 거듭하면서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법'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할지, 아니면 당대표 출마 당시 자신의 핵심 공약을 파기할지 선택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추진 여부는 한 대표 취임 후 여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특정 정당이 아닌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주체에 특검 추천권을 맡기는 새로운 형태의 특검법을 제안했다.

최근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채상병 특검법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재의결 시 여당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특검 정국을 매조지할 방법으로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법'이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다. 다만 제3자 특검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실제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먼저 한 대표는 기존 정부·여당 행보와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큰 지지를 얻었는데, 이같은 선거 전략이 오히려 당권을 쥔 이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당장 한 대표의 '제3자 특검법' 추진 공약을 당내 의원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새 지도부에서도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앞서 채해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대표의 의사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김재원 최고위원)",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김민전 최고위원)"라는 등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반대 기류도 한 대표로선 부담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주당이 제3자 특검법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묻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며 당정 간 긴밀하게 소통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법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원외 대표로서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대표가 강한 반대 기류 속 공약을 강행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제3자 특검 공약을 파기한다면, 자기부정에 더해 "한동훈도 다를 게 없다"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당권을 잡은 한동훈호의 동력이 순식간에 소실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대표가 돼서는 속도 조절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및 친윤(친윤석열)계와 각을 세운 끝에 대표가 된 인물"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의 상징과도 같은 공약(제3자 특검법)을 바로 포기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공약 추진 여부를 당장 결정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인지한 듯, 한 대표도 관련 논의에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한 대표는 26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3자 특검법 추진 기조는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에 "(제3자 특검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 대표가 공약을 일방 추진하기 보단 의원총회 등을 거쳐 당내 의견을 먼저 수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 도입을 결정하자"는 당내 절대다수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도 평가된다.

한편 민주당은 한 대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제3자 특검법'을 선제 발의하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