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다시 돌아온 '노란봉투법'에 경제계 '반발'

여당 주도로 노동계 요구 더 반영된 '노란봉투법' 강행 "쟁의행위 상시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 붕괴" 반발

2024-07-29     최은서 기자
국회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더 강력해진 내용으로 돌아왔다. 거대 야당이 과반의석을 앞세워 여당과 협의 없이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면서 파상 공세를 펴는 모습이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아니어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근로자를 추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경제계는 '21대 국회보다 더한 개악'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의원들의 주도로 통과됐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1일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반대해 퇴장했지만 야당이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한 것이다. 여당은 이에 반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카드로 압박에 나섰지만 여소야대 국면으로 인해 국회 통과에 브레이크를 걸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당초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11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개원 후 야당은 노동계 요구안이 더 반영된 노란봉투법으로 재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 쟁의행위 범위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근로조건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고,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에 실질 관여하는 사용자와 단체교섭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 면책 조건이 담겼다.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 현행규정도 삭제해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 노동자의 단결권도 보장하도록 했다.  노사 간 입장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기반임을 명심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 해야 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계는 노동·경영 부담 확대를 우려하며 노란봉투법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송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국회의원 300명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제계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서한을 통해 "국내 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노동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다수의 사례가 사업장 점거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마저 사실상 봉쇄된다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9일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노란봉투법 저지를 요청했다. 이들은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적극 저지해주길 간절히 요청한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이 의결되자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교섭 과정에 혼란이 극심해지고 파업 등 실력행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며 "일방의 입장만을 담은 입법이 현실화되면 산업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함은 물론 불안한 노사관계의 비용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장관이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 목소리를 낸 만큼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