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법 끝 '방송4법' 모두 본회의 통과…與, 尹 거부권 건의 수순
민주, 30일 오전 與 토론 종결 후 단독 처리 尹 거부권 행사 시 '법안 폐기' 가능성
2024-07-30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 간 극한 대치를 보였던 '방송4법(방통위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은 이에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방송4법에 대해 예상대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해당 법안은 국회 재표결과 부결에 따른 폐기 과정을 또 한 번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30일 오전 9시께 본회의에서 방송4법 마지막 법안인 EBS법을 야당 단독으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EBS법 상정 직후 오전 8시 32분부터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결하고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법안 강행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방송4법은 이날로 국회 문턱을 모두 넘었다. 앞서 야당은 방통위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방송4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여당은 방송4법에 대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는 '언론 정상화 4법'이라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송4법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그리고 방통위원장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가 다 사실상은 한 궤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건 지금까지처럼 더불어민주당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MBC를 비롯한 방송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희가 이걸 막는 것은 우리 당의 이익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방송과 언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도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방송4법과 관련해 "당정은 긴밀하게 소통 중이고 야당에 대한 설득도 계속 진행하겠다"면서도 "여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은 불변"이라고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방송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이들 법안을 재표결에 부쳐야 한다. 다만 재의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300명)의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해 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해외 출장차 본회의에 불참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을 제외한 범야권 의원 191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진다고 가정할 때 여당 내 이탈표가 다수 필요하다. 실제 25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한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은 총 투표수 299표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