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법과 현실 사이
2025-07-30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최근 상가 임대계약 갱신 거절을 두고 나온 대법원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2018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12월 30일까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80만원으로 임대인 A씨와 임차인 B씨가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만료 하루 전인 2020년 12월 29일 세입자인 B씨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했고 2021년 1월 27일 점포를 상가주인인 A씨에게 인도했다. A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거 묵시적 갱신으로 보고 갱신거절 통지 날짜로부터 3개월 후 계약해지 시점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B씨는 기간 만료 하루 전에 통지했으니 12월 30일 계약만료일을 계약 해지 시점으로 보고 소송에 들어갔다. 참고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는 1~6개월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를 한 것으로 보고, 이를 묵시적 갱신으로 인정한다. 묵시적 갱신 기간 동안 임차인의 계약해지 요구는 3개월 후 효력이 발생한다고 되어 있다. 1심과 2심은 1~6월 내 계약갱신 거절 통보를 하지 않은 임차인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임대인인 A씨 손을 들어주었지만 대법원은 임차인인 B씨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인정하는 것이지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조항을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간을 한정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임차인 의사에 반해 묵시적 갱신을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상가건물 임차인을 보호함으로써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고자 하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하게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안 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해지를 통보하게 되면 그간의 통념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고 주택임대차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임대차 2법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늘어난 것처럼, 현실과 상식에 맞지 않는 법 때문에 계약 만료 시 건물하자나 원상회복 문제 등 분쟁이 늘어날 것이다. 3개월 후 해지의 효력을 만들어 둔 이유는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주고자 하는 취지였을 것이다. 사실 상가는 3개월 만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적어도 3개월 정도는 미리 통지를 해서 임대인에게 준비하는 시간을 주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다. 계약만기 하루 전날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행위는 합법 판결을 받았지만 사회 통념상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자기주장이다. ‘역지사지’(移地思之),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대부분 다 이해가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 필요한 공생관계이지 대립관계가 아니다. 법이라는 것이 현실과 상식에 부합해서 당사자간 합의가 원만하게 되도록 최소한의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맞지, 이렇게 현실을 무시한 판결은 결코 임차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