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확산…국내 패션 플랫폼 신뢰도 타격

티몬·위메프 개인회생 신청…판매자·소비자 불안감 증가 불공정 정산 체계 개선 필요…“현재 구조적 해결책 부재” 자본잠식 많은 패션 플랫폼 불안…판매자·소비자 이탈 우려

2024-07-30     오시내 기자
28일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내 패션 플랫폼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판매자(셀러)와 소비자 모두 플랫폼 사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업계 전반의 불공정한 정산 구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자본잠식 비율이 높은 패션 플랫폼들은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 처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사태의 피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 구제책 마련을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지난 29일 티몬·위메프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다시금 커졌다. 정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업계 조사도 진행 중이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점사 대금 정산 현황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유동자산 현황, 지연 정산 여부, 입점사 이탈 여부, 미정산 잔액, 선불충전금 등을 파악한다.

이커머스 입점사들은 꾸준히 이커머스 정산 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성원 한국 중소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사업자 단체들이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인터넷쇼핑협회는 플랫폼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자율 규제 방식을 고수했다”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인 구조적 문제 해결책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많은 플랫폼이 티몬·위메프와 마찬가지로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체계를 가진 상황에서, 이커머스의 안정성을 의심하는 판매자가 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한 판매자는 “이젠 이커머스 입점이 무섭다. 티몬·위메프 외 입점한 이커머스에서도 정산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까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불안감도 높다. 티몬에서 전시회 입장권을 샀다가 환불받지 못한 피해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티몬을 애용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를 믿을 수 없게 됐다. 다른 이커머스에서 구매한 물건들도 도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면서 “이커머스 사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패션 플랫폼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많다. 에이블리, 브랜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퀸잇, 크림 등은 자본잠식 상태다.

에이블리는 2015년 설립 후 2022년까지 7년 연속으로 적자를 면치 못해 결손금이 2042억원에 달한다. 여성 패션앱 브랜디와 남성 패션앱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 역시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 결손금이 1921억원이다. 명품 플랫폼들도 상황은 비슷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은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미처리 결손금이 있다. 결손금은 매출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금액을 말한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이자 한 패션 플랫폼 입점 판매자는 “모 패션 플랫폼의 재무 상태가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태를 시작으로 다른 플랫폼도 무너질까 불안한 상황”이라며 “심지어 해당 패션 플랫폼은 정산도 더디다. 판매자들의 우려처럼 소비자 구매율마저 떨어지면 입점 유지를 고민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