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실PF 사업장 정리 본격화… 건설업계 체질개선 분주

‘재무통’ CEO 영입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재무안정 중견 이하 건설사는 속수무책… "금리인하 기대 뿐"

2024-07-30     김수현 기자
임금체불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금융감독원이 8월 초까지 금융권에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 재구조화·정리계획 제출을 압박하면서 건설사들의 행보도 부지런해지고 있다.

30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전금융권에 오는 8월 9일까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최종등급이 ‘유의’ 및 ‘부실우려’에 해당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해당 지침을 보면 이행 완료 예정일은 계획 제출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명시돼 있어, 오는 2025년 2월까지 대부분의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의 등급 사업장의 경우 사업 재구조화나 자율 매각 계획을 제출해야하고, 부실우려 등급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경우 1개월마다 경·공매가 실행돼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실우려 사업장 경·공매 규모가 7조원으로 추산됐지만, 유의 등급 사업장이 부실우려 등급으로 강등된 사례가 나타나면서 해당 금약은 10조원을 넘어서자 부동산PF 관련 악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되면서, 각 건설사들은 재무통 CEO 선임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5일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97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해 2016년 SK주식회사 재무1실장을 역임했고, 이어 2021년 SK(주)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부문장과 2023년 SK E&S 재무부문장 등을 거쳤다. 김 대표가 SK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인정받는 만큼 환경·에너지 분야로의 원활한 비즈니스모델 전환과 동시에 상장을 위한 재무건전성 향상을 목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3월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포스코 가치경영실 전략위원과 경영전략실장을 맡았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통으로 그간 정비사업 ‘저가수주’로 인해 2%대로 추락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미분양과 부동산PF 관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신세계건설은 지난 5월 허병훈 경영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허 부사장은 1988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상사부문 경영관리와 경영지원 부서를 지휘했던 재무 전문가로, 지난해 영업손실 1878억원, 부채비율 952%로 크게 악화된 경영 상태를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침체된 국내 시장에 대한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8일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대규모 해외 수주에 성공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플랜트 △베트남 타이빈성(Thai Binh) 끼엔장(Kien Giang) 신도시 개발사업 △리비아 재건사업△이라크 Al Faw 항만 해군기지 등 대형 프로젝트들 수주를 노리고 있다.

삼성E&A는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 60억8000만 달러 규모의 '아람코 파딜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4'를 수주했고, GS건설 역시 같은 프로그램 중 패키지2를 12억2319만 달러에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력중개업 △신재생에너지 등 부문의 설계·조달·시공(EPC) 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등의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지난 24일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의 기본설계(FEED)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SMR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 다각화로 침체된 업황에 맞서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주택업에 집중된 중견건설사의 경우 체질 개선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하반기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기대를 거는 실정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해외수주와 신사업 등으로 최근 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건설사의 경우 당장의 분양 실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근 건설 부동산 경기를 좌우했던 미국 기준 금리가 다시 인하되는 시점에 맞춰 지방 분양 시장까지 살아나야 전체 건설업이 회복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