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F리스크에 시공사 사업 취소 잇따라

민간·공공주택, 사전청약 후 줄줄이 사업 철회 뚜렷한 대안 없어··· "공공매입 늘려 공급 확대"

2025-07-30     권한일 기자
부동산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사전청약을 받은 민간 주택사업들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공공분양 주택마저 당초 공지된 본청약 시점 지연 사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동원해 부실 우려 사업장을 지원하고, 공공 매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주상복합용지(RC3 BL) 내에서 추진 중이던 아파트 시공을 취소하기로 이달 결정했다. 이 사업지는 동부건설이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토지를 사들인 뒤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다. 현재 브리지론(토지 매입을 위한 초기 자금 조달) 단계로 올해 안에 본PF로 전환하고 분양·착공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수익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시행·시공사 측이 사업 철회 의사를 밝혔고 발주처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에서 추진해 온 주상복합 시공 사업이 사전청약을 받은 지 2년 만에 전면 취소됐다.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본청약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미분양 확산 속 PF 부실 우려로 자금을 지원해 줄 금융사와 공사를 할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까닭이다. 해당 사업지는 올 연말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운정역 초역세권 입지지만 부동산 호황 시점에 높게 책정된 토지 매입비가 결국 사업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경기 화성동탄2 C28블록 주상복합 리젠시빌란트 시행사인 '리젠시빌주택'은 지난 6월 말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업 취소를 알렸다. 올 초에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BL' 사업을 취소했다.  이처럼 부지만 확보한 상태에서 사전청약을 받은 뒤 1~2년 후 본청약 또는 본PF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사업이 철회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총 45곳에 달하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 중 절반 이상이 여전히 본청약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추가 취소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사전청약 취소 문제는 당초 공고할 때 서로 약속한 부분이 어디까지 이행되고, 이행이 되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이 어떻게 예정돼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정부 차원에선 다른 대안은 없다. 여러 사정이 있을 수는 있기에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시급한 공공주택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통해 브리지론 단계인 몇몇 사업장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로 전환할 것을 밝힌 뒤 현재 이를 진행 중이다. 또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과 전세 불안을 막기 위해 공공매입 임대 주택 공급량을 당초 내놓은 12만 가구보다 최소 1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5만4000가구는 올해 하반기 안에 수도권 일대에 집중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