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거부권' 앞둔 尹···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 '오명'

이미 15차례···방송 4법·25만원법·노란봉투법에도 행사 유력 역대 여소야대 정부와 비교해도 多···헌정 기록 경신 우려도

2024-07-30     이태훈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야당이 다음 달 초 통과를 벼르고 있는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순차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은 방송4법에 대해 거부권을 쓸 것이라고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회에서 여야 협의 없이 처리된 법안 모두 거부권을 사용했다. 이미 15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이들 법 전부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임기 중 21회에 달하는 거부권을 쓰게 된다. 이미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 사용 대통령인데, 일각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진 헌정 기록도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023년 6건, 올해 9건을 합쳐서 총 15건이다. 지난해에는 양곡관리법(4월), 간호법(5월), 노란봉투법·방송 3법(12월)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올해는 쌍특검법(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특혜 제공 의혹 특검법·1월), 이태원참사특별법(1월), 채상병 특검법(5월), 전세사기특별법·민주유공자법·농어업회의소법·한우산업지원법(5월), 채상병 특검법(7월) 등에 거부권을 썼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은 모두 재의결 무산으로 폐기됐다. 거부권 사용 횟수는 이르면 다음 달 20회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 초 본회의를 열고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의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 4법에 이어 이들 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시 윤 대통령은 5년 임기 절반이 채 지나기도 전에 21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미 민주화 이후 거부권을 가장 많이 사용한 대통령이다. 2위인 노태우 정부가 7회인 점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이 얼마나 잦은지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6건)·박근혜(2건)·이명박(1건) 정부 순으로 뒤를 이었고,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정부는 단 한 차례의 거부권도 사용하지 않았다. 윤 정부는 과거 여소야대 정부(노태우·노무현 정부 등)와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거부권 사용 빈도를 보인다. 과거 정부에선 안정적 국가 운영을 위해 야당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국정에 반영했지만, 윤 정부는 그러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와 야당 간 대립을 격화시켰고, 거부권 사용 빈도를 늘린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에 능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향후 거부권 사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번 사용한 거부권을 올해에는 최소 15번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방송 4법,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당론 법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시한 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임기 4~5년차에도 거부권 사용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여기서 나온다. 일각에선 거부권 사용 기조가 계속될 경우 역대 최다인 이승만 전 대통령(45회)의 기록도 경신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많은 거부권 행사는 헌정 초기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헌정 초기와 비교해 안정적 정치 환경 속에서 임기를 보내는 윤 대통령이 이유를 막론하고 헌정 기록을 갈아치운다면 경력에 큰 오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