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00억대 공공입찰 비리 기소…뇌물로 심사위원 매수
발주 용역 15건 낙찰자 미리 정해 담합
2025-07-30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공공건물의 시공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업체가 심사위원들에게 뒷돈을 뿌려 5700억원대 입찰 물량을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과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해 68명을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17개 감리업체와 소속 임원 19명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LH 용역 79건과 740억원 상당의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LH의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나눴는데, 2020년에는 전체 물량의 약 70%를 나눠 가졌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지난 2019년에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고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와 '상위업체간 컨소시엄 구성 제한' 규정을 도입했는데, 업체들은 심사위원을 뇌물로 매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검찰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공공 감리입찰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인당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8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담합 감리업체 임원 20명을 함께 기소했다. 또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청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 심사위원 18명도 기소하고 뇌물 6억5000만원 상당액을 추징보전했다. 입찰은 업체명이 드러나지 않는 블라인드 심사였지만, 회사들은 제안서에 특정 문구 등 표식을 남기는 수법을 썼고, 증거인멸이 쉬운 텔레그램이나 공중전화로 서로 연락했다. 검찰은 "자기들끼리 경쟁하진 않지만 최고점수를 받아야 낙찰이 되는데 못 하니 뇌물을 준 것"이라며 "담합하고 뇌물을 줘서 불법적으로 고가 낙찰을 받은 뒤 그 금액을 다시 뇌물에 쓴 구조적 범죄"라고 했다. 이어 "국가 재정으로 마련된 공공건물 건축 비용이 불법적 로비자금으로 이용된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리 부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