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쇼크’에 울고 웃는 기업들…파장 어디까지
PG사11곳 티메프 환불 재개…손실부담 불안감 커져 이커머스 판도 변화 예고…쿠팡 영향력 확대 전망 제기
2025-07-31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전 산업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맹점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으며, 이커머스 업계는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 간의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온라인 시장의 신뢰도 하락과 추석 특수 기대감 등을 바탕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KICC)은 전날(30일) 티메프 사태 결제 취소·선환불 관련 민원 창구를 개설하면서 PG사 11곳이 소비자에게 환불을 시작했다. 티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한 후 카드사에 선입금하고 소비자에게 환불 대금을 우선 지급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첫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이후 카드 결제취소 요청 여론이 들끓자 PG들은 앞다퉈 해당 사이트를 통한 결제취소 요청 기능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금융감동원(금감원)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 소지를 지적하자 PG사들은 강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백기투항했다. 여전법에 따르면, 간편결제·PG 등 결제대행업체가 카드 회원의 거래 취소 또는 환불 요구에 따라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환불 처리 속도가 느릴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PG사의 결정을 통해 소비자 불만은 다소 사그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PG사가 결제 취소를 지원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카드사에 직접 이의신청하는 것보다 편리하게 절차를 줄일 수 있다. 다만 PG사들은 선환불 후 티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경우, PG사들은 손실 부담을 넘어 지급결제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드사는 티메프가 아닌 PG사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이에 금융당국도 PG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PG사가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지적과 관련해 “PG사가 결제를 중단함으로써 발생한 소비자 피해 관련 조치를 먼저 한 것”이라며 “(PG사들에)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30일에도 금감원은 11개 PG사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고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이커머스 시장 지형 변화도 예고된다. 모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춘 채널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에 피해를 겪는 판매자와 소비자는 물론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까지 품질을 넘어 기업의 재무상태, 신뢰성 등도 판단해 구매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쿠팡의 헤게모니가 거세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멤버십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는 쿠팡에게 이탈 부작용 보다 인상 효과가 더 클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 주주들도 유료 수입 확대라는 이점 발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게다가 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 경쟁사들은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더해 최저가 마케팅으로 무장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기세도 한풀 꺾인 상태다. 앱 이용자 수로 봐도 쿠팡이 타기업을 한참 앞서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분석한 지난달 쇼핑앱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쿠팡이 3099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11번가(760만명), 테무(660만명), 알리익스프레스(625만명), G마켓(450만명) 등이 뒤따랐다. 비대면 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면서 그간 풀이 죽었던 오프라인 기업에게도 기회가 열리는 모양새다. 9월 추석 대목도 앞두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지속 유입되면서 오프라인 업체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 중심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재편됐지만, 오프라인 매출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국내 주요 25개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1.1% 성장한 15조67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3.7% 오른 가운데, 세부적으로 백화점(5%), 편의점(3.8%), 대형마트(2.1%), 기업형 슈퍼마켓(2%) 순으로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나 거대한 모기업을 곁에 둔 온라인 계열사 등으로 쏠려 대형채널 의존 현상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온라인 시장은 비대면 판매라는 특성을 지녀 신뢰도가 핵심인데, 이미지가 훼손된 만큼 이탈 수요가 오프라인 업체에도 어느정도 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