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엔비디아' 확산 조짐…국내외 IT업계, 'AI 연합' 구축 속도

엔비디아 전 세계 AI 칩 시장 장악…점유율 80% 애플-구글 손잡아·네이버 인텔과 추가 협력 관계

2025-07-31     이미현 기자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의존을 벗어나려는 '탈엔비디아'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AI 산업에 뛰어든 국내외 기업들은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AI 파트너십’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대표들도 앞다퉈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하거나 투자를 적극 단행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3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에서 엔비디아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애플의 ‘인텔리전스 파운데이션 언어 모델’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애플은 아이폰 등 기기에 엔비디아가 아닌 구글이 설계한 AI 칩을 택했다고 CNBC가 전했다. 올해 초 샘 알트먼 오픈AI CEO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AI 반도체 협력 전선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장을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GPU)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AI 붐을 따고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H100) 가격은 개당 3만∼4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을 해야 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서는 GPU가 필요하다. 탈엔비디아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감지된다. 네이버는 자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에 적용할 AI 칩으로 엔비디아 외에 인텔과도 손을 잡았다. 현재 네이버는 인텔의 가우디2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엔비디아 칩은 비싸고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 기다리는데 오래 걸린다”면서 “현재 양사(인텔·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에서 하이퍼클로바X의 서버를 돌릴 때 더 효율적으로 컴퓨팅하기 위해서는 AI 칩은 필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마하-1’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이 칩에 대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네이버에 공급할 예정이다.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하며 AI 사업에 본격 뛰어든 SK텔레콤, KT 역시 엔비디아 대체할 자체 AI 칩 개발 및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분사된 AI 반도체 전문 기업인 사피온코리아와 KT가 약 600억원 가량 투자한 리벨리온의 합병을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설계회사)를 대표한다. 양사는 칩 외에도 다양한 협력 방안을 구상 중이다.  특히 김영섭 KT 사장은 MS 등 해외 기업들의 AI 관련 협업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28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KT는 지난달 MS와 AI·클라우드·정보기술(IT) 분야 긴밀한 협력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KT 관계자는 “MS와의 협력은 멀티 대형언어모델(LLM) 전략 차원이서 이뤄진다”면서 “생성형 AI를 경량화 대형언어모델(sLLM) 형태로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AI 관련 파트너십 내용을 오는 9월까지 보다 더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