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임명 강행→탄핵' 반복…공영방송 이사 선임권 두고 여야 '무한 대치'
이진숙, 취임 당일 방문진 이사 선임…野 탄핵안 발의 예고
2025-07-31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 MBC, K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강행 의사를 천명했다. 이에 야당은 이 위원장이 취임 하자마자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하며 맞섰다. 윤 정부 출범 이후 3번째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 직후 탄핵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함께 임명한 김태규 상임위원과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발의될 탄핵 소추안은 오는 1일 본회의에 보고되며 표결은 2일 또는 3일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조국혁신당과 함께 이 위원장의 청문회에서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공여 의혹 등이 드러났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 위원장은)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말로 표현이 힘들 만큼 최악의 장관급 인사"라며 "대전MBC 사장 재직 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재임 중 청탁금지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접대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엄중하게 조사에 임하라"고 말했다. 이 같은 탄핵 절차 돌입에 대해 민주당은 여권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교체 등을 진행하고자 부적절한 인사들을 무리하게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친야 성향의 공영방송 이사진들을 지키기 위해 방통위를 '식물 방통위'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탄핵 예고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언론이 공기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후 이 위원장은 방통위 비공개 회의를 열고 KBS 및 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KBS 이사 추천권과 MBC 방문진 이사 및 감사, EBS 이사 임명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로써 방문진 이사진 다수가 친여 성향이 됨으로써 새 방문진 이사들은 현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 달 12일 이후 회의를 열어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와 새 사장 추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이동관, 김홍일, 이상인 등 3명의 방통위원장(직무대행)에 대해 탄핵을 추진한 바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최대 180일 간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탄핵이 추진된 방통위원장은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 모두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다만 이진숙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들과 다르게 '버티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