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외면한 ‘온플법’…법 사각지대 속 티메프 사태 키워
판매자, 2021년부터 온플법 요구…공정위, 자율규제 제도 도입하며 온플법 무산 국회·정부, 뒤늦은 온플법 제정 및 제도 개선 논의…판매자, “이번엔 강력히 추진해야”
2025-07-31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이커머스 입점 판매자(셀러)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온라인 플랫폼 공정법(온플법)의 부재가 티몬·위메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뒤늦게 입법 논의에 착수했지만, 판매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티몬·위메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온플법 제정 및 관련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전날(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온플법 제정과 전자상거래법, 대규모 유통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 29일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제도 미비 사항을 올해 하반기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들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참여연대 등은 2021년부터 온플법과 독점 방지법을 요구해왔다.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반면, 이를 제재할 법과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플랫폼의 특성상 시장 획정이 어렵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측정하기 힘들어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후적인 조사와 뒤늦은 시정 조치로는 이미 잠식된 시장 경쟁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플랫폼 산업의 혁신성을 저해하고 외국 플랫폼에 대한 역차별 우려로 온플법에 반대했다. 온라인쇼핑협회는 티몬·위메프,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후 공정위가 자율규제 방식으로 입장을 정리하며 온플법은 무산됐다. 플랫폼 자율규제는 플랫폼 사업자들과 판매자 단체, 소비자 단체 및 민간 전문가 등이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준수 여부에 강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회장은 “지난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온플법이 폐기됐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온플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시장 혁신성을 거론하며 입법을 회피한다. 자율성을 내세운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이 없다면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강하게 나서서 온플법을 추진해야 한다. 법을 통해 긴 정산 기간을 단축하고, 플랫폼이 정산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공신 있는 기관에 자금을 예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판매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정산대출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정산대출은 판매자들이 플랫폼사로부터 받을 정산금액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상품이다. 판매자들은 플랫폼사들이 긴 정산 주기를 유지하기 위해 선정산대출을 판매자들에게 권했다고 주장한다. 한 판매자는 “내가 판 물건의 대금을 받지 못해 은행에 대출을 받는 구조는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엔 꼭 온플법이 입법돼 판매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시장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