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이은 경찰 사망사건 속출, 성과압박 줄이고 업무 과중 해소를

2025-07-31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서 최근 일주일 새 극단적 선택을 한 2명을 포함해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18일과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각각 근무하던 경찰관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간부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같은 날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간부와 경남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됐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남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 외엔 모두가 사망하거나 극단적 선택 시도 직전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또 예산경찰서 소속 경찰(경비과)을 제외한 모두가 수사 관련 부서 소속이었다. 그래서 현장 인력 보강 없이 실적만을 압박하는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지난 7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고의적 자해로 숨진(극단적 선택) 전국 경찰관은 총 113명으로, 연평균 22.6명으로 한 달에 경찰관 1.9명씩 자살하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 경찰관 자살자 수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이었다.  올해도 6월까지 전국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전체 사망자의 46.4%는 지역 경찰(지구대·파출소)에서 나왔으며, 그 다음으로 수사, 경무, 경비 순으로 많았다. 경찰직협은 근본적인 원인은 ‘업무 과다’에 있다고 봤다. 업무 과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조직 개편’과 ‘성과 압박’, ‘소통 문제’ 등 크게 3가지를 지목했다. 경찰은 범죄·사고 트라우마와 장시간 불규칙한 근무 때문에 다른 공무원 직군에 비해 자살자 수가 많은 편이다. 지난 4월 28일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한눈에 보는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3’에 따르면 지난 2022년도 집계된 국내 자살률은 인구 10만당 25.2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OECD 평균인 10.7명의 2.35배 이상이다. OECD 회원국 중 20명을 넘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자살률이 두 번째로 높은 리투아니아와 비교해 5.6명이나 많다.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3’에 의하면 경찰공무원은 2022년 13만 1,000명으로 경찰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는 393명으로 소방공무원(2022년 6만 7,000명)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 780명보다는 1.98배 적다. 하지만 업무 부담은 결단코 적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6일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를 출범을 선포하고 ‘예방-치료-회복’ 전주기를 아우르는 ‘정신건강정책’을 발표했다. “아무리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소방청 등과 함께 자살 예방 업무를 하는 핵심 기관이 경찰청이다. 그런 경찰이 스스로는 조직 내부의 비극을 막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유명을 달리한 경찰관들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전경찰직협은 지난 7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초임 수사관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으며 압박받아 왔다”라고 주장했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업무가 폭증했다. 검사 지휘를 받으며 수사하던 경찰이 갑자기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전 경찰서에 부담이 늘었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강행해 경찰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당시 이러한 무거운 짐을 떠안는 경찰에 부담을 덜어 줄 대책은 미흡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사건을 떠넘기고 있지만 이를 조율할 시스템은 미흡하다는 게 지적되고 있는 문제이다. 피해자는 한없이 늘어지는 처리에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민원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경찰관에게 쏟아지고 있는 구조여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 “수사 부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전경찰직협은 “경찰청은 모든 실적 위주의 성과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분위기다. 장기사건 비율이나 치안 고객만족도 등 관련 지표를 산출하기 위한 지역 경찰서 대상 ‘현장점검’이 담당 경찰관들의 신체적·정신적 압박을 가중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자 중론이다. 일주일 단위로 수사관들이 몇 건의 사건을 해결했는지 실적 통계를 내야 하는 것도 행정적 소요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 하위 10%에 들지 않기 위해 팀장들도 팀원을 닦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휴일도 반납하고 초과 근무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도 오래라 한다. 또한, 업무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초임 경찰관들을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급기야 경찰청은 지난 7월 26일 “최근 연이어 발생한 경찰관 사망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밀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라면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근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릴 것을 긴급히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일선 경찰의 고충을 외면한 채 권한 늘리기에만 관심을 쏟는 경찰 지휘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만 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와중에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내근 직원 등 2,900여 명을 기동순찰대로 발령해 치안 현장에 투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연히 수사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 현장 부담까지 늘었다는 불만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에서 강행한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올해부턴 간첩 수사까지 경찰이 전담하게 됐다. 경찰의 안보 수사에 대한 인력과 역량으로는 애당초부터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찰 지휘부에선 “경찰은 본래 안보 수사 기관”이란 주장으로 이를 일축했다. 간첩 검거가 부진해지면 이 역시 고스란히 일선 경찰관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경찰관의 잇따른 비극적 사망 발생은 오래전부터 울린 경고음을 가볍게 여긴 지휘부 책임도 결단코 작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때 만들어 주지 못한 정치권도 뒤돌아볼 필요가 없지 않다. 정부는 성과압박을 과감히 줄이고 업무 과중 해소를 위한 특단 대책을 강구할 것은 물론 수사 인력을 조속히 확충하고 경찰의 일그러진 수사 구조를 신속히 보완하는 것만이 경찰의 잇따른 참극을 막을 수 있는 예방대책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