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권 놓고 '치킨 게임'…여야, '방송 장악' 줄다리기
尹, 이진숙 임명 강행…방통위는 이사 선임안 의결 野는 탄핵 추진 '맞불'…이르면 2일 탄핵안 표결할 듯
2024-07-31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 '방송 장악' 여부를 두고 임명 강행과 탄핵 추진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야당은 이에 반발, 탄핵 시동을 걸고 있다. 야당은 방통위가 31일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자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여야는 '방송4법'에 이어 재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을 임명한 것에 "방송 장악으로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망상을 접으라"며 자신 사퇴 및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방송 장악을 했던 모든 정권이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최종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며 “함량 미달 인사부터 당장 정리하고 방송4법을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지난 30일 국회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당일 기한으로 요청한 이후 이날 임명한 것이다. 이는 각각 2일, 1일 전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지정, 다음날 바로 임명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사례와 동일하다.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기한을 하루만 제시한 것은 8월 공석이 되는 방통위 이사 자리에 여권 측 인사를 임명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MBC 대주주로 방통위원장 임명·추천권을 갖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는 각각 8월 12일과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방통위는 야당의 잇따른 탄핵 추진으로 '0인 체제' 상태다.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활용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결정에 야권 입김을 강화하는 '방송4법(방통위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는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야당이 강제 종결하고 표결에 부치면서 충돌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윤 대통령의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임명에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표결하기 전 사퇴했다. 이 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2라운드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이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자 이 위원장의 탄핵안을 1일 발의하기로 했다. 앞서 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즉시 이 위원장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탄핵안은 발의한 날인 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보고되면 표결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인 2일이나 7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일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위원장 포함 5인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지명 몫 2명과 국회 추천 몫 3명(여당 1명·야당 2명)이다. 방통위법은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회의 소집을 할 수 있다.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