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K커머스 신뢰 균열… ‘로켓정산법’ 급물살탈까

법적 제도 미비…이커머스 업계 정산 주기 제각각 정산 주기 의무화 검토·시행…합리적 기준선 필요

2025-08-01     민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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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신뢰도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의 제도적 허점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일컬어지는 판매 대금 정산 시한을 법제화하는 ‘로켓정산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을 모은다. 다만, 정산 주기 의무화가 새로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는 지난달 7일 ‘5월 판매자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정부가 추산한 티메프의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약 2100억원인데 이는 지난 5월까지 미정산된 금액에 불과하다. 티메프가 6월까지 외관상 정상 운영을 하면서 일부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했으나, 정산 주기가 2개월인 점을 고려할 때 6·7월 판매분 또한 미정산 금액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모회사 큐텐 및 미국의 위시 등 계열사를 포함하면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1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티몬은 거래가 성사된 달 말일로부터 40일 내 판매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위메프는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2달 뒤 7일에 판매자에게 정산해준다. 같은 계열사인데도 티메프의 정산 주기가 다른 이유는 이커머스 기업의 정산 기간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이커머스와 판매자간 대급 정산 주기 조율은 임의적으로 이뤄진다. 이에 경쟁사들의 주기도 제각각이다. 11번가는 일반정산과 빠른정산 2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빠른정산’을 통해 배송 시작 다음 날 판매대금을 정산해주고 있다. G마켓은 익일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에 입점 판매자에게 출고 직후 다음날 판매금액의 90%를 정산해준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대금 지급 시한을 40일 내 납품업자에게 대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쿠팡 등 직매입 거래 시스템을 꾀한 업체에 대해선 시한을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내 지급하도록 했다. 앞서 정산 주기 의무화 관련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업계 반발에 의해 무산됐다. 일명 ‘로켓정산법’인 개정안에는 현행 40일로 명시된 상품 대금의 지급 시한을 30일로 줄이고, 직매입거래 상품 역시 60일에서 50일로 감축하자는 내용이 담겨졌다. 티메프 사태 규모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정산 주기 감축 등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정산 주기 법제화에 목소리가 힘이 실리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간부회의에서 “이번 티메프 드러난 이커머스 영업 및 관리·감독상 문제점을 원점에서 철저히 재점검하고 제도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서 제기된 정산자금 안전관리, 정산주기 단축 등 판매자, 소비자에 불리한 영업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판매자 보호 위한 정산주기 의무화에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는 기업 운영 효율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다양한 검토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이커머스 채널들은 대부분 빠른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법적인 기준선이 명확히 마련돼 최근 사태가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만, 최소 규제로 법이 작용해야지 너무 타이트하게 기준선이 잡히면 사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을 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이커머스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보는데 지나치게 강제하면 업계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