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임금체불 기승 건설현장··· 불법하도급이 문제

상반기 건설 임금체불 2478억원···전년比 26%↑ 불법도급 계약→공사대 문제→임금체불 악순환

2025-08-01     권한일 기자
원도급사에서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시공 현장에선 임금체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도급사에서 하청, 재하청에 추가 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무분별한 불법하도급 과정에서 말단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는 실정이다.

1일 고용노동부의 올해 상반기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건설현장을 포함한 전국 총 1만1964개의 사업장에서 임금체불·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3만636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됐다. 적발된 체불 임금만 총 390억원에 달한다. 지속된 건설경기 부진으로 지난해 건설업종 임금 체불 규모는 전년보다 49.2% 급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대비 26% 늘어난 2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업종별 체불액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17.6%에서 올해 상반기 23.7%로 불어났다. 이 같은 건설업 임금 체불 급증세는 시공 현장 상당수가 원청에서 꼬리에 꼬리는 무는 재하도급 계약 구조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전국 총 107개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총 296건에 달하는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심지어 공공 발주 현장마저 노동자들이 불법하도급 계약과 임금 직접지급 원칙 위반 등에 노출돼 있었다. 인천 시내 공공 건설현장 3개소를 감독한 결과, 근로자 총 2595(회)명이 임금을 직접 받지 못했고, 인력소개소 또는 현장팀장에게 지급됐다. 또 1개 현장에서는 전문건설업체 2개소에서 무면허 건설업자(속칭 오야지)에게 불법으로 공사 하도급을 내준 사실이 적발됐다.  공사 현장 임금체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 관련 규정 위반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공정위 긴급 점검 결과를 보면, 국내 주요 건설사 87곳 중 38개사에서 △지급보증 미가입 △변경 계약 후 지급보증 미갱신 △불완전한 직불 합의 등 551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점검 대상이었던 주요 건설사 43.7%가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 제도 운용에 미비함이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도 하도급 공사대금 체불이 임금 체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홍성진 건정연 연구위원은 "민간공사는 직불 합의 시 발주자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역량있는 하도급업체들이 흑자도산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관련 기관·정부·국회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