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저문다…美 내달 금리인하 유력
연준, FOMC 열고 기준금리 8번째 동결
파월 연준 의장 "이르면 9월 인하 논의"
"물가 위험 대신 경기침체 경계 필요해"
2024-08-0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글로벌 통화정책을 주도했던 미국이 고금리 시대 종식을 예고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했지만 통화정책 결정문의 주요 문구 수정을 통해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둔화하는 인플레이션과 식어가는 고용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동결 후 낸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고용 증가가 완만(moderated)해졌고 실업률이 아직은 낮지만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고용 증가가 여전히 강하고 실업률이 낮게 머물렀다고 한 기존 표현 대비 달라진 것이다. 또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두 정책목표 달성하는 것과 관련한 위험이 지속해서 더 나은 균형 상태로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준은 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고도의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로 남아있다"라는 기존 문구에서 '인플레이션 위험' 표현을 삭제하고 "두 정책 목표 양측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바꿨다.
그동안 금리를 너무 빨리 낮췄을 때 초래될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에 대해 정책 방점을 둬왔다면 이제는 고용 악화 위험에도 동일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연준 구성원들은 시장 안팎의 높아지는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실기'(失期)에 따른 경제 충격 위험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과 같은 정책입장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6월 미국의 실업률이 4.1%로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고용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한 것도 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간 가장 낮았던 시점과 비교해 0.43%포인트 높아졌으며, 경기침체 진입을 예고하는 '삼 법칙'(Sahm Rule)에 사실상 불이 들어온 상태라는 우려도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준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증(test)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기대 경로에 맞춰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