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벤처붐도 ‘옛말’… 신산업 장애물 산적
규제 부재·기존 단체 반발로 시장 진입 지연…규제샌드박스 적용도 어려워 ‘리걸테크 진흥법’ 발의에 로톡 안도…채권추심플랫폼은 신용정보협회와 갈등 정부, 규제샌드박스 개선방안 발표…이해당사자간 이견 클 경우 중립단체가 중재
2025-08-01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벤처기업들이 규제 부재로 인한 시장 진입 지연과 기존 단체들과의 충돌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존재하나, 이해관계자 간의 충돌로 심의가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개선안을 내놓으며, 중립적인 민간 위원회를 구성해 이견 조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중 64.3%가 규제로 인한 애로를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애로 사항으로는 사업 활동 제약, 경영상 어려움, 투자 애로 등이 있다. 시장 내 기존 단체들과의 충돌도 만만치 않다. ‘로톡’을 운영하는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는 오랫동안 대한변호사협회와 충돌을 겪어 왔다. 최근에는 ‘내돈을 돌리도’를 운영하는 채권추심 스타트업 ‘한국채권데이타’가 신용정보협회와 갈등 중이다. 리컬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는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꾸준히 변협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9년간 변협으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등의 이유로 세차례 고발을 당했으나, 모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며 억울함을 풀었다. 변호사의 로톡 가입을 금지한 변협 규정은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판정이 났고, 변협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행위 시정명령과 함께 2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좋은 흐름은 로톡에게로 흘렀다. 지난 6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변호사법 개정안(로톡법)을 재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처리되지 못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내용에 따르면 변호사 등의 광고 규제 기준을 변협 내부 규정이 아닌 법령으로 정하도록 한다.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리걸테크 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리걸테크 서비스와 관련된 변협과의 갈등으로 국내 리걸테크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번 ‘리걸테크 진흥법’의 제정을 통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국내 리걸테크 산업 육성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역시 “본 법안은 대한민국 리걸테크 산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면서 “다만,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허가제 도입과 관련된 부분은 리걸테크 산업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본 법안을 통해 리걸테크 산업의 제도 마련이 시작되는 만큼, 산업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걸테크 산업 업계 및 이해관계자간 충분한 논의와 조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채권추심 중개서비스는 이제 충돌이 시작된 상황이다. 한국채권데이타는 채권자들이 채권추심원이나 변호사에게 자신의 채권을 간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플랫폼 ‘내돈을 돌리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철환 한국채권데이타 대표는 “지난 6월 신용정보협회가 우리 서비스의 위법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서비스 종료까지 언급했다”면서 “혹시 몰라 변호사들과 알아본 결과 어떠한 법적 위반 사항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신용정보협회에 위법성이 없음을 전달했더니 이번에는 채권추심원들이 활동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하겠다는 협박이 돌아왔다. 채권추심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단체가 혁신성을 가지고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을 가로막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도입한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관련해서는 “규제샌드박스도 고려를 해봤으나, 해당 규제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적용을 받는데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신용정보협회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정부는 오늘(1일) 규제샌드박스 운영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규제샌드박스 추진체계를 보강하고, 혁신 기업인들이 실증 단계별로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면서 “민간 중심의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부처 이견 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와 규제부처 반대로 인해 심의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관-규제부처’ 협의체 구성을 의무화한다. 협의 불성립시‘혁신위’가 추가로 조정해 이견 조정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