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탄핵 정국'···또 '필리버스터 늪'으로
야 6당 이진숙 탄핵안 공동 발의···2일 통과될 듯 민주, 검사 탄핵도 속도···9월까진 '탄핵 정국' 與는 3번째 필리버스터 돌입···국회 혼란 계속
2025-08-0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야 6당이 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면서 국회가 또 다시 '탄핵 정국'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 후 현재 추진하는 검사 탄핵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탄핵 정국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국회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국회는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앞서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야 6당은 이날 이 위원장 탄핵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발의 후 열리는 가장 빠른 본회의에서 보고돼야 한다. 야당은 이 위원장 탄핵 사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한 2인 의결과 정당한 기피신청 기각 등을 제시했다. 야 6당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이었던 전날 상임위원 2명(5인 정원)만이 참여한 회의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 것을 지적하며 "방송의 독립성·중립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로 신설된 방통위가 국회가 추천하는 3인의 상임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2인만으로 의결을 강해해 방통위설치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등에서 반복적으로 상임위원 2인의 심의·의결이 위법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위법성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2인 의결을 강행하여 위법의 정도도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었으므로 그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스스로 회의를 소집해 기피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방통위법을 위배했다"고 꼬집었다. 탄핵안은 보고 후 24~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을 거치게 된다. 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보유한 만큼 이 위원장 탄핵안은 이르면 오는 2일 의결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의 탄핵 여부 심사는 최소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급 인사에 대한 탄핵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지난해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례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앞서 야당은 방통위 수장에 대해서만 3번(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탄핵을 시도했는데, 이들은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며 실제 탄핵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들과 달리 사퇴하지 않고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 후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검사 탄핵 추진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첫 타깃은 장시호 뒷거래 의혹, 도이치모터스 수사 봐주기 의혹을 받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다. 오는 14일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 청문회를 열고, 이후 다른 현역 검사 3명에 대한 청문회도 순차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경우 최소 9월까진 '탄핵 정국'이 이어지게 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개원 두 달째를 맞은 국회는 벌써 3개 법안(채상병 특검법·방송 4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필리버스터에 소요한 일수만 열흘에 달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탄핵에 무한 필리버스터까지, 국회가 너무 혼란스럽다"며 "민생을 위해 일하려면 혼란스러운 정국이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