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 중인 '샤힌 프로젝트'…석화업계, 공급과잉 키우나
“샤힌 프로젝트 역량 집중...완수 최선 다할 것”
석화업계, 中 공격 증설에 더해 공멸 위기 의식
에쓰오일 '원가경쟁력' 내세워 석화시장 공략
2025-08-04 이미현 기자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 석화업체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장기 침체기에 빠진 국내 석화 업계가 향후 몇 년 간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샤힌 프로젝트로 인해 과잉공급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의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장기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설비 투자가 2030년까지 이어지면서 범용제품의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000년부터 중국 NCC 중심의 에틸렌 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에틸렌 설비 가동률이 하락해 왔다.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NCC 가동률은 2021년 94%에서 2023년 7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3.4%에서 0.6%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석화업계는 여전히 중국 등 글로벌 수요 부진, 중국발 대규모 공급 확대 지속, 고유가 등이 이어지며 수출 둔화,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성동원 선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6~2030년 중국을 중심으로 또 한차례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대형 석유화합업체들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며 이익을 내왔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LG화학은 NCC 2공장 매각을,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의 대규모 생산기지 LC타이탄의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은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9조원 이상 투입해 울산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시설)를 설치해 연간 에틸렌 180만t을 뽑아내는 게 골자다. 주요시설은 스팀크래커 외 TC2C(원유에서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 시설), 폴리머 시설(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저장탱크 등이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현재 12%에서 2030년까지 25%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올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샤힌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 중”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변동성이 높은 정유사업의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이 부진한 정유 실적을 상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정유 부문 영업손실은 950억원인 반면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109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 480억원에서 무려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프로젝트를 발판으로 정유 부문을 줄이고 석유화학 부문을 키우려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며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과잉공급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 샤인프로젝트는 범용 제품을 주요 생산하는 방향이기때문에 결국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지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에쓰오일에서 공급량을 늘린다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석유 용처를 고민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업계는 향후 정유사들의 사업 전반에 석유화학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정유시장이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사들은 국내외에서 납사부터 시작해 생산하지만, 에쓰오일의 경우, 원유를 들여와 납사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석유화학 업계에 다른 경쟁사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경쟁사가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프로젝트 과잉 공급 우려와 관련해서는 “일시적으로 석화 시황이 주춤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시황이 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