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즉시 떠나라 " 자국민 대피 서두르는 주요 서방국...중동 확전 긴장 '최고조'
서방 주요국, 자국민에 이란·레바논 탈출 촉구 美 당국자 "이란, 이르면 5일 이스라엘 공격 예상"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과 레바논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최고위급 인사들을 암살한 후폭풍이 거세다.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보복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서방국들은 이란·레바논 등지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즉각 대피'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확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란이 이르면 5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확보할 수 있는 모든 항공편을 이용해 즉시 레바논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대사관은 여러 항공사가 레바논으로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취소했고 많은 항공편이 매진됐지만 "레바논을 떠나는 상업용 교통은 여전히 이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레바논에서 떠날 사람들은 항공편이 즉시 출발하지 않거나 최선호 노선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항공편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예약할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외교부도 이날 성명에서 자국민에게 지금 당장 레바논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영국은 군인과 영사 담당자를 파견해 자국민의 대피를 돕겠다면서도 "상업적 선택권이 남아있는 지금 출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은 그동안 몇 차례의 확전 위기를 간신히 넘겼던 중동 화약고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반이스라엘 세력의 수장 격인 이란은 앞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안방 테헤란에서 암살되는 수모를 당했는데,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레바논에 거점을 둔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역시 자신들의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살해한 이스라엘에 대가를 받아내겠단 심산이다.
확전 우려가 커지자 다른 나라들도 자국민에게 위험지역에서 대피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스웨덴은 이날 베이루트 주재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면서 레바논에 남은 자국민에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른 나라로 떠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전날 이란 영공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란 방문자는 최대한 빨리 이란을 떠나라고 안내했다.
한편 이란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중동 내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사령관이 중동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악시오스는 이날 미국 중부사령부를 지휘하는 마이클 에릭 쿠릴라 대장이 중동에 도착했다고 미국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릴라 사령관의 이 지역 방문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헤즈볼라 간 긴장이 고조되기 전 계획된 일정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영토에서 하마스 수장을 살해한 뒤 역내 긴장이 현격히 높아진 상황에서 방문 의미가 확연히 무거워졌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은 이란이 영토 내 귀빈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르면 5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불안한 평온이 감싸고 있다"며 보복 공격에 대비하는 이스라엘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