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것을 넘어 찌는 듯한 폭염이 최근 며칠간 이어지고 있다. 폭염과 함께 동반되는 높은 습기로 아무 이유 없이 불쾌지수가 최고조다.
이런 시기에 가장 큰 해답은 ‘휴가’다. 날씨와 온도, 습기에 따른 불쾌지수를 아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힘들었던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휴식 취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삶의 동기부여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있을 정도로 지금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휴가를 떠나기에 매우 적기다.
휴가철을 맞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고 알려진 한 공인이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공인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실은 5일 “윤 대통령이 유동적인 일정의 여름휴가에 들어간다”며 “대통령 휴가에 맞춰 참모진과 직원 상당수도 휴가를 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 앞서 말한 명제에 맞춰 윤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는 것일까.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 근거는 휴가 첫날인 5일부터 등장했다. 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 여파로 국내 증시가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사이드카가 발동한 우리 증시는 오후 2시경에는 서킷 브레이커까지 걸렸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모든 국정의 책임을 져야 하는 국가 원수는 휴가를 가 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그는 “울릉분지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성공 가능성은 20%이며 내년 상반기쯤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다.
해당 발표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윤 대통령이 말한 대왕고래는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필자가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열심히 대왕고래를 찾았지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 밖에 없었다. 대왕고래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지워졌다고 해도 무방한 상태다. 국가 원수의 첫 국정 브리핑 주제였지만 한 달만에 ‘신기루’라는 것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국내 경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주주환원책 확대 등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동한 밸류업 프로그램 측면에서 대왕고래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슈다. ‘신기루’라는 것까지 확인되고 있는 과정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국내 증시에게 대왕고래가 과연 윤 대통령이 제대로 업무를 추진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증시 혼란,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반대로 윤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제대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거부권 행사’ 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와 채해병 특검법은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 중이다. 더 앞서서는 민생이라고 할 수 있는 양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도 거부했거나 거부할 예정이다. 특히 양곡법 개정안의 경우 도저히 거부권을 왜 행사했는지 모르겠다.
5일 휴가를 떠나기 전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는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면서 무엇보다 지역 경제 활기가 살아나는 좋은 기회”라며 “국무위원들도 휴가를 쓰라”고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필자는 역으로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서킷 브레이커까지 걸릴 정도로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과연 과거 대통령들은 어떻게 행동했을지 말이다. 아마 윤 대통령과 동일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