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300만명이 몰린 로또 청약, 문제는 이것이다
2024-08-06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지난 한 주 내내 최고의 화제는 단연코 동탄역 롯데캐슬 ‘로또청약’이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시세의 1/3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로또청약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고 그 결과는 294만대 1이라는 신기록이 나왔다.
종전 1위인 흑석자이 무순위청약 83만대 1을 훌쩍 뛰어 넘은 놀라운 결과다. 이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청약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배우 하정우씨 꿈을 꿔서 당첨이 되었다는 후기가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이런 역대 최고의 청약 신기록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서울 집값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건축비 인상으로 분양가 옥석 가리기가 심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5억원 정도로 형성된 시세의 1/3가격인 4억8000만원 분양가가 나왔으니 난리가 안 나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동탄역 롯데캐슬만 해도 서버가 마비가 될 상황인데 분양가상한제로 20억원 로또라는 래미안 원펜타스와 5억원 로또 호반써밋 목동까지 같은 날 3개의 로또 청약이 겹치면서 청약홈이 마비가 됐다. 청약일이 하루 더 연장되자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이 되면서 관심 없던 분들도 너도 나도 청약을 했다. 결정적으로 작년 초 무순위 청약의 대상을 주택 보유 유무 상관없이 전국에 있는 청약통장이 없는 사람도 청약을 할 수 있게 풀어주면서 제주도에 있는 3주택자도 청약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솔직히 294만명 중 1명이 될 확률은 한 사람이 여러 장을 살 수 있는 로또보다 더 어렵다. 전국 수능 만점을 3년 연속 맞을 확률로 사실상 당첨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이벤트의 부작용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해 안 그래도 불안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끌어들였고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져 간다. 이런 이벤트성 로또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분양가상한제와 무순위 청약 제도는 아무래도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분양가상한제는 치솟는 분양가로 인해 주변 아파트 집값이 따라 올라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분양가 인상 제한을 두는 제도다. 래미안 원펜타스처럼 주변 시세대비 30% 이상 저렴한 분양가를 만들어 버리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청약에 나서면서 경쟁률은 올라가고 진짜 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은 더 떨어진다.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의 5~10%만 저렴하게 책정해도 분양가상한제의 기능은 충분히 작동이 된다. 무순위 청약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집 있는 필자 같은 사람이 청약하지 못하도록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한테 우선 당첨의 기회를 주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왕이면 출산가구에 우선 배정하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되는 줍줍 아파트 청약의 경우 하루에 여러 단지가 몰리지 않도록 청약날짜를 미리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청약의 기본 원칙은 내 집이 간절히 필요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