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감 집 머슴이 낫다”…대·중소기업 격차로 인력 불균형 심화
전체 근로자 80%선 붕괴도 초읽기…경제계 연쇄 충격 가능성 제기 中企 임금 증가량 대기업보다 낮아…“청년 육성해도 이직 통보 발생”
2025-08-06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인력 불균형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연일 확대되고 있다. 임금뿐 아니라 복지 등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대기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산업 전환기에 들어선 만큼, 맞춤형 인력 충원이 요구되는 상황 속 중소기업으로 유입되는 인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인력 수급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력 불균형 현상은 사회 논란으로 격상됐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일자리가 존재하는 반면, 대기업을 바라보는 취업준비생이 많다는 뜻이다.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중소기업 현장의 소멸까지 앞당기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제계 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과 취업준비생의 엇박자는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은 약 63만명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부족 인원은 약 50만명이다. 청년층 취업준비생은 중소기업 부족 인원보다 많은 셈이다. 청년층의 유입이 감소하면서, 중소기업 현장의 고령화 현상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4.0%로 20년 전인 2003년(10.3%) 대비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비중도 14.6%에서 23.8%로 1.6배 증가했다. 반면 30대와 29세 이하 등 청년층은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인구감소 현상까지 맞물려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감소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통상 ‘99XX’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XX는 근로자의 비중을 뜻한다. 2010년대 중반까지 중소기업 근로자의 비중은 88%였다. 하지만 2018년 83%로 하락했고, 2020년에는 81%로 더욱 줄었다. 경제계 중소기업의 위상 위축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표다. 80%선도 빠른 시일 내에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근로자 감소는 날이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생태계의 붕괴는 수‧위탁 관계를 가진 대기업까지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조업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생산 전반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취업 선호 현상은 두 집단의 임금 격차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통계청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으로 전년보다 4.9%(27만원)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286만원으로 7.2%(19만원) 늘었다. 임금상승률은 중소기업이 높았지만, 실질적인 수령액은 대기업이 더욱 많이 증가했다. 실제 취업준비생도 임금 격차를 대기업 선호 요인으로 꼽았다.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신 씨(28)는 “현재 대기업 생산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부품업체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했지만, 거주지 월세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퇴사 후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금전적인 여유가 필요해 대기업 생산직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매일 야간 특근까지 마쳐야 돈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충분히 저축하려면,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해야 했다”며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워라밸을 누리면서 급여까지 높아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졌다. 최근 대기업 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관련 기술자 채용이 없어 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쉬는 기간 없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적다. 지난 2022년 기준 기업규모별로 전체 이동자(415만9000명)를 살펴보면, 대기업으로 이동한 비중은 14.9%에 불과했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이동한 사람은 71.3%에 달했다. 대기업 이직자의 38.1%는 대기업으로 이동했다. 대기업도 대기업 출신을 더욱 선호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의 한 중소제조업 관계자는 “공장 자동화 작업을 거쳐 인력난을 최대한 방어했지만, 기계설비 확보에 따른 엔지니어 채용이라는 벽에 부딪혔다”며 “안정적인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를 고용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엔지니어들은 대기업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초년생 엔지니어도 채용을 고려해봤지만, 업무를 숙달시키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다. 해당 인력이 1인분을 해낼 수 있다고 판단됐을 때에는 이직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다”면서 “결국 임금과 복지 등의 처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느꼈음에 불구하고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면, 숙련자의 채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