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권 만기 후 전셋값 급등 여부···견해 팽팽

서울 갱신권 소진 물량 하반기 2만3000가구

2025-08-06     최한결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지난 7월 말 만기를 맞은 임대차 2법으로 인해 계약갱신청구권에서 풀린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4년 치를 한꺼번에 올려 전셋값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월세 계약이 특정 시점에 몰려 있지 않고 나뉘어 있는 데다 이미 갱신권 소진 물량은 시장에 이미 꾸준히 나왔기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6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월세 계약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전인 2022년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서울 전월세 계약은 2만3003건이다. 올해 하반기 '전셋값 5% 인상 제한'이라는 족쇄가 풀리는 이들 물량이 전셋값을 끌어올릴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확실한 점은 갱신권 소진 물량이 2022년 8월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갱신권 사용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22년 2분기(1만6251건)로 이들 주택은 2년 계약 기간이 종료된 뒤 올해 2분기 신규 전세 물량으로 나와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이후 갱신권 사용 물량은 2022년 3분기 1만3802건, 4분기 9201건, 지난해 1분기 6100건, 2분기 5881건, 3분기 4905건 등으로 줄었다. 갱신권 소진 물량이 전셋값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줄어드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갱신권 소진 물량은 상반기(3만982가구·2022년 상반기 갱신권 사용)보다 적은 수준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임대차 2법 영향보다는 공급 부족 우려와 전세사기 문제에 따른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대통령실이 임대차 2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도입된 지 이미 4년이 된 임대차 2법을 폐지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 정책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임대료 인상 제한을 5%에서 5∼10%로 좀 더 유연하게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3.6%로, 2년 누적 상승률이 5%를 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조항(6조 3의 4항)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임차인이 마음이 변해 나가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3개월 안에 전세금을 반환해야 한다"며 "역전세 상황에서는 임대인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기에 6개월 정도는 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서민층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모든 임대차 계약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고가 전세 주택은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가구주택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 '깜깜이 전세 계약'을 막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순위가 앞선 세입자가 몇 명인지, 보증금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 뒤 전세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침체한 빌라 시장이 살아나고, 이에 따라 아파트 전셋값이 안정되려면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역선택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며 "집주인 동의없이 확정일자 현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