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러시아도 '이란 달래기'···중동전쟁 틀어막기 '총력'

러 쇼이구, 이란 급거 방문···'보복 만류' 메시지 관측 美·G7도 설득 나서···7일 아랍국 회의 확전 분수령

2025-08-06     이태훈 기자
마수드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의 이스마일 하니예(하마스 수장) 암살로 중동전쟁 우려가 커진 가운데, 주요국들이 확전을 막기 위한 '이란 달래기'에 나섰다. 안방에서 귀빈이 사살당하는 수모를 겪은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진영의 양극단인 미국과 러시아가 일제히 나서며 이란의 진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안보서기가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급거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란이 자신들의 수도에서 국빈을 암살한 이스라엘에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직전 국방장관인 쇼이구 서기의 이란 방문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IRNA는 중동 안보상황과 관련해 쇼이구 서기가 발언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날 시작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올 만큼 '일촉즉발'의 시기에 러시아 국방·안보 분야 고위 인사가 이란을 방문한 것은 의례적 행보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선 쇼이구 서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온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직전인 이란 수뇌부에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급히 가져온 게 아니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이란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공생관계가 됐지만, 푸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에 비춰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서기를 이란에 보내 확전을 자제하고 가자지구 전쟁을 최우선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건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도 이란의 보복에 따른 확전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우선 미국은 유럽과 다른 협력국 정부에 확전 방지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은 이란이 보복을 자제할 경우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7개국(G7) 국가들도 이란 측과 접촉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스라엘 공격 수위를 제한하라고 촉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동 내 서방 동맹국인 요르단도 지난 4일 외무장관을 이란에 보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만류했다. 다만 이란이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쇼이구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우리나라에서 하니예를 암살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은 전쟁 확대나 위기 고조를 의도하지 않지만, 이 정권의 범죄에는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이슬람협력기구(OIC)에 요청해 오는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외무장관급 집행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OIC는 "하마스 정치 부문 수장의 암살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 범죄, 이란 주권에 대한 침해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이 회의에서 이스라엘 공격 당위를 설득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