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역대급 폭염에 전력 사용량 최고조···수급 우려↑
8일 전망치 94GW···역대 최고치(94.5GW) 도달 예상
2025-08-06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역대급 폭염에 전력 사용량이 최고조에 다다르자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8일께 국내 전력수요는 94GW(기가와트)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역대 전력수요 최대치였던 지난 2022년 12월 23일 94.5GW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반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됨에 따라 전력수요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천과 강원 및 울산 등 17개 구역에는 폭염주의보,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및 광주와 전남 등 165개 구역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도 치솟고 있다. 지난주 평일 최대 전력수요는 △29일 82.6GW △30일 84.5GW △31일 84.7GW △1일 85.2GW △2일 85.3GW로 늘었다. 지난 5일 오후 3시에는 91GW를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주 같은 시간(79GW) 대비 12GW 증가한 수치다. 제주의 경우 5일 연속 최대 전력수요를 갱신했다. 지난 29일 제주 전력수요는 1118.6MW에서 △30일 1123.8MW △31일 1138.8GW △1일 1156.4MW △2일 1169.5MW로 늘었다. 전력 당국은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선포한 한국전력공사는 발전 5사(한국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발전)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최대 전력공급능력 확보를 위해 나섰다. 최남호 차관은 신양재 변전소를 방문해 전력 피크 주간에 전력 공급 차질이 없는지 직접 점검했다. 올여름 산자부가 확보한 공급능력은 104.2GW 수준이다.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지난 4월 시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2호기와 21기 원전도 모두 가동할 계획이다. 발전기가 고장 나거나 예비력이 부족할 경우 △수요자원(DR) △석탄발전기 출력 상향운전 △전압 하향 조정 등을 통해 최대 7.2GW를 수급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폭염에 지난여름 전력수요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주 날씨 변화가 크지 않다면 목요일이 전력수요 피크가 될 것으로 보여 유관기관과 전력수급 상황실을 상시 운영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당국에 따르면 5일 기준 공급예비력은 100.3GW 수준으로 예비율은 10.7%다. 운영예비력은 96.3GW 수준으로 예비력 ‘정상’(10.3%)인 상태다. 당국은 통상 예비율 10%를 기준으로 잡고 비상대응 태세로 전환한다. 학계 전문가는 “현재 수요 대비 공급(전력)이 안정적인 듯 보이나 8일 이후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전력소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정전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지난해보다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제 이상기후는 일상화할 가능성이 크고 전력수요가 언제든 급증할 수 있다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대책을 마련해 이를 실행(4~5년)하기 전까지 정부는 지원 및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인 관점에서 정부는 이상기후와 이에 대한 피해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교육이나 캠페인을 벌이고 일반 국민은 에어컨 온도를 1도씩 조정하는 등 불편함을 조금씩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전기의 특성상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잠시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당연하게 소비하는 데 익숙하다”며 “이제는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이므로 과거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판매하는 자는 간헐성에 기인한 생산비용 리스크 및 계통안정성을 위한 추가비용을 인지하고 전기를 소비하는 이도 기후위기비용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비용을 외면하거나 덮어둔다면 가장 더운 날 잠에서 깨 선풍기나 에어컨 버튼을 눌러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