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겹 이불’ 쓴 한반도 폭염 열흘 더 간다
올 여름 온열질환자 1700명 돌파, 사망 14명 달해 '이중 고기압' 한반도 덮어···광복절 무렵까지 폭염
2025-08-06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한반도를 덮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빨라도 오는 광복절 무렵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정부는 무더위 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6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1690명이다. 특히 무더위가 심해진 지난 한주 동안 전국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386명에 달한다. 온열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 역시 늘었다. 지난 3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호동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밭에서 일하던 80대 여성이 폭염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지는 등 총 14명이 더위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와 함께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가축들이 집단 폐사하는 등 전국적인 재산 피해 역시 늘고 있다. 올 여름 전국에서 사육되던 돼지 2만6000마리, 가금류 27만7000 마리 등 총 30만3000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인해 폐사했다. 특히 전남도에서는 지난 5일 단 하루 동안 11개 축산 농가에서 △닭 2만1099마리 △오리 6800마리 △돼지 100마리 등 가축 2만7999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무더위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형성한 '이중 고기압'이 마치 한반도를 젖은 이불처럼 뒤덮으면서 발생했다. 티베트고기압이 대기 상층을 차지하고, 중하층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단열승온'(斷熱昇溫) 현상에 따라 열을 가두고 있다. 단열승온은 단열 상태에서 공기의 부피가 줄어듦과 동시에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현재 한반도 상공은 상층에서 하층까지 두 개의 뜨거운 대기층이 가득 찬 상태인 셈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무더위는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과 2018년 당시와 같은 상황이다. 특히 2018년 8월 1일 서울 기온은 39.6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원 홍천의 기온이 41도까지 오르자 기상청 직원이 직접 현장에 가서 검증하는 일도 있었다. 한반도 위로 뜨거운 공기가 지속적으로 머물면서 6일 오후 13시 기준 최고체감온도는 파주 36.7도를 비롯해, △서울 32.7도 △수원 32.2도 △정선 35.1도 △동해 32.5 △대전 33.7도 △청주 32.8도 △전주 34.0도 △광주 33.4도 △대구 33.4도 △부산 34.7도 △서귀포 34.9도 등을 보였다.. 이처럼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적어도 광복절 무렵까지 이어질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폭염의 위세가 수그러들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태풍과 폭우가 우리 삶을 쓸어갈 수 있는 것처럼, 더위도 어느 선을 넘으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 된다"면서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한분 한분의 협조가 절실하다. 더위를 예삿일로 여기지 말고, 스스로 조심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기상 상황에 귀 기울이면서 안전하게 여름을 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