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폭염 취약 건설 현장, '작업중지권' 대세

공사지연·비용부담 우려 불구, 권장 확산 중대재해 발생 시 타격 더 커··· 예방 방점

2024-08-06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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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연일 계속된 폭염 속에서 건설사들이 일선 현장직 근로자들의 온열 질환 등 중대재해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자 스스로 폭염 등 위험 상황 시 작업 중지를 선언하는 '작업중지권'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는 물론 중견사들도 앞다퉈 근로자들의 '작업중지권'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과도한 더위와 어지러움, 두통 등을 비롯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로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다만 정해진 공사기간(完工) 압박이 큰 건설 작업의 특성상 과거에는 작업중지권 사용을 미루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권리로 인식됐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착된 이후 사고 예방 우수 기업 또는 이로 인해 곤욕을 치른 건설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양상이다. 시공 능력 1위 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작업중지권 적용 최우수기업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3년 전인 2021년 3월부터 이 권리를 전면 보장한 뒤 국내외 113개 현장에서 총 30만1355건(올해 4월 중순 기준)이 행사됐다. 회사 자체 집계 결과, 전면 보장 첫해에 8224건, 2년 차에 4만 4455건, 지난해 총 24만 8676건 등 사용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작업중지권 행사는 당장 급박한 위험 방지 차원을 넘어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일상화됐다"고 평가하고 "이로 인한 공기 지연과 인력 추가 투입비로 총 13개 협력사에 391건에 걸친 관련 비용 정산을 반영하는 등 보상 체계 역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DL이앤씨
DL이앤씨는 최근 작업중지권 보장 등이 담긴 자체 온라인 전용 플랫폼인 안전신문고 정착에 힘쓰고 있다. 시공 현장 곳곳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손쉽게 접속하는 방식으로, 작업중지권 행사를 포함해 위험 신고 등 안전조치 요청 및 안전 개선을 위한 건의 등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특히 올해부터 우수 참여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인 포상에 나서면서 상반기에만 작업중지권을 포함해 총 1만1907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추락·작업환경 미확보·전도 위험 등 작업중지권 신고 비율이 65%를 차지했고 이를 통해 1년 새 부상 재해가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낙상·추락·충돌 및 협착 관련 부상 재해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효과를 거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사인 대우건설 현장에서도 지난해까지 작업중지권 발동이 2122건에 불과했지만, 올들어 지난달까지 7만5000여 건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한화 건설부문을 비롯해 동부건설, 반도건설 등 중대형 건설사들도 전국 시공 현장에서 일제히 '작업중지권' 접수 시스템을 보강하고 행사를 독려하는 등 근로자가 선제적으로 위험을 인지하고 산재 예방에 나서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자리 잡으면서 과실 의혹이 있는 인명 사고 발생 시 오너 등 회사 수뇌부가 곤욕을 치르는 선례가 늘었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각 기업들이 CSO(안전품질본부장)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작업중지권 보장을 대대적으로 내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