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서 흡연자 패소…건보공단 향후 전망은?

건보공단 “빅데이터 제시해 승소 가능성 높이겠다”

2014-04-10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이선율 기자] 15년 전 오랜 기간 흡연으로 인한 암 발병을 주장하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와 담배 제조회사에 배상을 요구한 국내 첫 ‘담배소송’에서 흡연자 측의 패소가 확정됐다.

이번 담배소송판결은 최근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준비 중인 수백억원 대 규모의 담배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김모 씨 등 폐암 환자와 유족 30명이 지난 1999년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흡연자들이 니코틴의 효과를 의도하고 흡연을 하고 있다는 점과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점이 설계상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흡연과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해도 어느 특정 흡연자가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이 같은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양자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담배회사인 KT&G측은 “이번 판결은 KT&G가 담배를 제조‧판매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본 소송으로 인하여 마치 문제 있는 제품의 제조자인 양 비춰지는 피해를 보아 왔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러한 오해가 불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보공단 측에선 “개인과 담배회사 간의 소송”이라며 정부와 제조사 간의 소송 성격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단 측은 “흡연의 폐해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흡연과 질병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결과, 흡연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 지출이 1조7000억원이고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평균 2.9~6.5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공단은 흡연폐해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하는 이유로 흡연으로 인한 추가 지출은 매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여성 흡연은 기형아 출산, 뇌세포 손상 등 인구의 질을 떨어뜨려 국가의 미래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흡연자는 한갑당 354원 부담하고, 비흡연자는 건강보험 가입자로서 1조7천억원을 보험료로 각출하는데 반해, 원인제공자이자 수익자인 담배회사는 아무런 부담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 잡는 것이 형평성과 사회적 정의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빅데이터 등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해 이를 토대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담배 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3월 건보공단은 현재 국내에서 담배매출을 올리고 있는 KT&G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간 공단 측이 폐암과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84명에 대한 치료를 위해 부담한 진료비 557억원을 소송가액으로 정하고 담배회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단 측은 오는 11일까지 변호인단을 모집한 후 곧바로 평가를 거쳐 법무법인 한 곳을 선임한 후 최종 검토를 거쳐 이르면 14일에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게 된다. 소송 규모와 대상은 대리인 선임 이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