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전기차 공포…전문가들 "화재 예방·대응 급선무" 한목소리
주차 중 전기차 화재 잇따라…전기차 공포 확산 ‘캐즘’에다 잇단 화재에 전동화 지연 우려 커져 과충전방지 장치‧BMS 고도화 등 대책 마련 절실
2025-08-07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잇단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사고 예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7일 소방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차 중인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일 충남 금산군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기아 'EV6'에 화재가 발생, 소방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을 투입해 1시간 30여분간 불을 진압했다. 해당 차주 A(50대)씨는 "전날 오후 7시께 정상적으로 주차하고 충전기를 꽂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배터리가 내장된 전기차 하부에서 불이 시작된 점 등을 고려해 배터리 문제에 따른 화재로 보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완충 상태로 주차 중인 차량에 화재가 발생한 데 우려가 크다.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기차 화재의 충격파가 가시지 않은 시점이라 전 국민적 불안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전고체배터리 나오기 전까진 그냥 내연기관차 타야겠다', '전기차 화재 빈도수가 낮아도 화재 시 대응이 힘들다는 게 치명적' 등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앞서 지난 1일 벤츠 전기차 'EQE'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주차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 대규모 피해를 냈다. 이번 사고로 주민 23명이 다치고 차량 72대가 전소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 사고의 피해 금액은 약 1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기차 화재 우려는 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 사업장 내 전기차 이용자는 지상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SK하이닉스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전기차를 지상 주차장에 주차할 것을 당부했다. 완성차업계에선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주춤해진 성장세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소비자 불안 요소를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동화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전기차 화재는 과충전과 배터리셀 불량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과충전이 중대 요인으로 볼 수 있어 우선적으로 과충전 방치 장치 조치가 급선무"라고 했다. 이어 "지하 주차장 화재 발생에 따른 전기차 포비아를 해소하지 않으면 전기차 보급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 현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과충전 방지 장비 탑재 시 완속 충전기 1대당 4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보급된 완속 충전기 31만대는 해당 장치가 미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전기차 충전소 하부 스프링클러 도입 권고, 지하 전기차 화재 발생을 고려한 건축‧소방법 개선 등 화재 대응력 제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도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BMS는 과충전과 과전류 등을 방지해 배터리 이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배터리 화재 예방에는 BMS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BMS까지 턴키로 공급하는 업체가 있고 완성차 업체가 셀이나 모듈을 사 와서 직접 BMS를 팩에 넣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관 업체들 중심으로 BMS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