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건너온 경기침체 공포에 SK·두산 ‘긴장’

R의 공포, 합병 앞둔 SK·두산에 주가 폭락 악재 차익실현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 확대 청구권 총액 한도 넘어설 경우 합병 명분 악해져

2024-08-07     이상래 기자
SK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미국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불똥이 SK그룹과 두산그룹에 튀고 있다. 충격적인 주가 폭락으로 SK그룹과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개편이 암초를 만나면서다. 두 기업은 향후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 몰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촉발된 급격한 주가 변동성이 SK그룹과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공포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충격파 그 자체다.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급기야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SK그룹과 두산그룹이 이러한 주가 폭락에 비상한 관심을 두는 이유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SK E&S, 두산그룹은 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두산로보틱스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입하도록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주가가 폭락해 공개 매수 예정가격보다 크게 떨어지면 다수의 주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합병을 추진할 때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정한다. SK이노베이션 한도는 8000억원, 두산에너빌리티 6000억원, 두산밥캣 1조5000억원, 두산로보틱스 5000억원이다. 주주들의 청구권 행사 총액이 한도를 넘어선다고 합병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한도가 넘어설 경우 이사회를 다시 열어 합병 조건을 변경해 재추진하면 된다. 그저 늘어난 비용 부담만 감수하면 합병은 법적으로 문제없다. 하지만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합병을 반대하는 의사의 표명인 만큼 한도 초과는 경영진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가치 제고라는 합병의 명분이 주주들의 공감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 2014년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초과로 무산된 바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식매수 예정가격은 11만1943원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9만8000원이다. 두산그룹의 주식매수 예정가격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밥캣 5만459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들 주가는 각각 1만6850원, 3만6400원, 6만48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