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메리칸 퍼스트’에 韓산업계 초긴장
트럼프·해리스, ‘자국산업보호’ 목표 일치… 현지 기업·노동자 우선 핵심 지지층 맞춰 공약 제시… 韓기업,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해야
2025-08-0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이후 본격 적인 미국 중심 보호무역주의라 불리는 '아메리칸 퍼스트'가 강화될 전망이다.
8일 미국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선 후 2주 이내에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재활성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중국산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이전에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10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외국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세금 면제를 비판하며, "미국은 한때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였으나 그 자리를 해외에 빼앗겼다. 당선되면 외국에서 제조된 차량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강조했다. 관세 정책은 외국 자동차 산업을 미국의 통제하에 자국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트럼프보다 수위는 낮겠지만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최근 위스콘신주를 방문해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위스콘신주는 과거 공업지대에서 쇠퇴한 지역으로, 해리스의 공략은 트럼프의 정책과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 그녀 또한 외국 기업을 미국 정부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 산업계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산업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진 사퇴는 정책적 문제에서 발생한게 아니라 개인 병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식 정책 기조를 계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의지는 전 트럼프 행정부와 유사하며, 견제 범위에서만 약간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적대국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불이익과 미국 내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해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국의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고려한 기술 개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의 교역에 집중해왔으며, 두 후보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을 상대로한 무역수지는 지난해 444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114억달러)에 비하면 4배 가량 성장했으며,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적 대부분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에서 거둔 것으로, 특히 대기업이 절대 지분을 가진 분야다. 만약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대기업의 입지가 약화되면 하청 중소기업계 또한 여파를 피할 수 없다. 국내 유통기업 L사 관계자는 “과거 한국과 중국의 외교문제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사례처럼, 미국 또한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투표가 코앞인 만큼,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다양한 공약을 낸다. 기업 입장에선 대중 관계 악화시기보다 더 많은 대비 시나리오를 짜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