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 주요국, ‘트럼프 리스크’ 대비 착수
독일경제연구소, 트럼프 재집권 시 GDP 1.2~1.4% 하락...독일 정부, 위기대응팀 구성 일본, 미-중 갈등 피해·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 압박…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도 미지수 우리 정부도 TF 구성…”미-중 갈등에 따른 수출 위축·중국의 제3시장 진출 준비해야”
2025-08-08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미국의 47대 대통령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변국들이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에 대비하기 위한 체제 구축에 나서 주목된다.
8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산 첨단기술 및 원자재를 대체할 공급망 검토에 착수했다. 독일 외무부 등은 트럼프의 승리에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식 위기대응팀까지 결성했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수입 관세 인상 공약을 실행할 경우, 2028년까지 독일 GDP는 최소 1.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독일은 무역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나라로, 무역에 제약이 생기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며, 그 다음이 미국인 만큼 두 나라의 관세 인상이 맞물릴 경우 GDP 감소가 1.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또한 트럼프 당선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재임 당시,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고관세 정책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재선 시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트럼프는 일본과의 무역 균형을 요구했으며, 지난 재임 기간 동안 일본은 미국에 703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도 제약이 걸렸다. 지난달 일본제철은 트럼프 재임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업계는 해당 영입이 트럼프 재선에 따른 사전작업이라고 평가한다. US스틸은 펜실베이니아주 러스트 벨트에 위치한다. 러스트 벨트는 과거 경제를 이끌던 제조업, 철강,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광범위한 실업이 이어진 곳으로, 해외 기업의 인수에 대한 반발이 강한 지역이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재선을 염두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4차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 양상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2020년 기재부가 TF를 꾸려 미국 대선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TF가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 부장은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미국 중심의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당선 시 단기적인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관세가 인상되면 우리 수출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제3시장으로의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우리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비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미-중 갈등에 따라 발생할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며 실리를 찾는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미-중 대립의 핵심인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추월되고, 미국에게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