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반기 경영 구상 몰두’…신발 끈 조이는 재계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재계에 위기감 고조 여름 휴가 잊고 글로벌 경영 일정 소화‧성장동력 확보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고금리·고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대선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 속 ‘노란봉투법’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이러한 악재 속 여름 휴가를 잊고 올림픽 비즈니스 등 글로벌 경영 일정을 소화하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기업인들과 만나 중요 비즈니스 현안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며 성장동력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유럽, 6월 미국, 7월 인도를 찾은데 이어 최근에는 '2024 파리 올림픽 비즈니스'에 주력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이번 글로벌 무대인 파리 올림픽을 발판으로 주력 플래그십 모델 ‘Z플립6’를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30여년간 IOC 후원사지만, 이 회장이 올림픽 현장을 찾은 것은 12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요트 종목 선수들의 요트에 ‘갤럭시 S24 울트라’를,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주목받았다. 이 회장은 귀국 후 “갤럭시 마케팅이 잘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회장은 파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닐 모한 유튜브 CEO,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 등 각국 경제계 인사들과 글로벌 경제 전망, 미래 기술 트렌드, 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10일간의 파리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정 회장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에 대비해 하이브리드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글로벌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도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규모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 점검을 비롯해 그룹 새판짜기, 신사업 구상 등으로 여념이 없다. 지난 5일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현장을 찾아 AI 반도체 현안을 챙겼다. 최 회장은 그룹 전반에 AI를 적용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한달 간 샘 올트먼 오픈AI, 사티아 나델라 MS, 앤디 재시 아마존, 팻 겔싱어 인텔, 웨이저자 TSMC CEO 등 5명 이상 빅테크 CEO를 잇따라 만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선 4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을 가졌다.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AI사업을 핵심에 둔 만큼 하반기에도 이 같은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래 사업으로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꼽았다. 하반기에는 이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구 회장은 “3대 분야를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키워가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