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막아라…K-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사활
분리막 코팅·과충전 방지 장치 적용 특수약품으로 화재 위험 '삼중 차단'
2025-08-08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최근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K-배터리의 제품 안정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배터리 안전성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온 만큼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돼 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세단 ‘EQE’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화염으로 주차장 내부 온도가 1000도가 넘게 치솟으면서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겼다. 사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품질 불량이 화재 원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벤츠 이전 파라시스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2021년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특정 환경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3만대가 넘는 대규모 리콜을 시행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로 특정 제조사를 넘어 전기차와 배터리 전반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중국은 대체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장악 속도를 높여온 반면, 국내 제조사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품질을 우선시해온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세라믹이 코팅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모듈과 팩에는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원통형 46-시리즈에는 배터리 내부의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해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막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이 적용된다. 제품 외적인 측면에서도 안전성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전기차 전류와 전압, 온도 등 배터리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불량을 사전에 예측한다. 이 회사는 셀 내부 온도 측정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업체 ADI와 관련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알루미늄을 외장으로 사용해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각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한다. 삼성SDI는 해당 제품에 ‘가스 배출 특수 장치’를 적용했다. 제품 위에 난 작은 구멍은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이상 상황 발생 시 열린다. 충격이 가해진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한 가스를 내보내기 위한 장치다. 과충전 방지 장치(OSD)도 적용했다.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에너지 흐름을 단절하는 역할이다. 단락 차단 장치(FUSE)는 ‘두꺼비 집’과 유사하다. 특정 전류가 흐르게 되면 회로를 끊어버리는 기능을 수행해 전류 흐름을 차단한다. 배터리에 부착된 특수 소재의 첨단 약품과 열 확산 차단재는 화재 확산을 삼중으로 막는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폴딩’ 공법으로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양극과 음극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많지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배터리 내부 가스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 기술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밖에도 화재 안전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어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