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밥상물가 비상”…소비자물가상승 ‘히트플레이션’ 우려

‘폭우’ 이어 ‘폭염’… 농산물 물가 요동 정부, 비축 물량 풀며 물가 안정 총력전

2025-08-11     강소슬 기자
폭우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넉 달 만에 다시 상승한 가운데, 폭우와 극심한 폭염으로 농산물 물가가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 열+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추, 상추 등 무더위에 취약한 농작물의 작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4% 대비 0.2%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시작해 2월에서 3월 3.1%로 반등한 뒤 4월 2.9%, 5월 2.7%, 6월 2.4%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7월엔 2.6%를 기록해 4개월 만에 물가 상승률은 오름세를 보였다. 석유류도 21개월 만에 최대로 상승했다. 특히 폭우를 비롯한 기상 상황 영향으로 농산물이 9,0% 올라 물가 상승률을 부채질했다. 전월 대비로는 상추(57.2%)와 시금치(62.1%), 배추(27.3%) 등 채소류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시금치·부추·상추·깻잎·오이 등 여름철 대표 채소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8일 기준 시금치(100g) 가격은 평균 1832원으로 전달 1193원보다 53.5% 올랐으며, 적상추(100g)는 1128원에서 2220원으로 96.8% 상승했다. 깻잎(100g)은 2070원에서 2762원으로, 가시오이(10개)는 9380원에서 1만4773원으로 각각 33.4%, 57.4% 가격이 올랐다. 애호박 1개 가격도 1122원에서 1933원으로 72.2% 가격이 증가했다. 여름 농산물 가격이 이달 들어 오른 것은 무더위에 약한 농작물 작황이 나빠지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폭염으로 기온이 1℃도 상승시 농산물 가격은 0.4~0.5%포인트 오른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0.07%포인트 높아진다. 정부에선 배추, 사과, 무 등 비축 물량을 시중에 푸는 등 물가안정에 총력전을 나서고 있지만, 농산물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여름 배추의 연례적 수급 불안을 대비해 올해 2만3000t 규모로 역대 최대 가용물량을 미리 확보했다. 또 여름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가락시장 반입량의 60% 수준인 하루 220t에서 250t 이상을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채소 등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은 농산물 수급 영향은 물론 더위 피해를 입는 가축의 증가로 이와 관련된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며 “폭염 지속으로 인한 물가 영향은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